티볼리 시청의 명예헌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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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시청의 명예헌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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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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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자원순황시설과 관련하여 해외선진지를 견학하고 오라는 의정부시의 의뢰로 유럽을 방문할 기회가 근래에 있었다. 로마 근교의 티볼리시를 방문하였을 때 시청 현관에 게시된 명예헌정판(名譽獻呈板)을 보았다.
대리석에 새겨진 그 헌정판은 여러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이탈리아 통일의 4영웅인 사르디니아왕국의 비토리오 에마뉘엘레 2세 왕, 엠마뉘엘레를 현명하게 보좌하여 사르디니아왕국으로 하여금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이 되게 한 명 재상 카밀로 밴소 디 카부르. 자발적으로 용병을 조직하여 통일전쟁의 선봉에 섰던 쥬세페 가리발디 장군, 그리고 청년 이탈리아당을 결성하여 통일의 당위성을 전 국민에게 확산하였던 쥬세페 마찌니에게 바쳐진 것이었다.
그리고 헌정판과 나란히 붙은 <영예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헌정판은 바로 티볼리 출신으로 이탈리아 통일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한 60명에게 바쳐진 것이었다. 전사자 60명의 이름이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우리 의정부에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여 귀한 생명을 바친 우리 고장 출신 애국자들이 있다. 의정부를 무대로 일제와 싸웠던 항일(抗日) 의병(義兵). 의정부 출신의 독립군 용사들과 일제강점기 내내 항일 구국 투쟁으로 순국한 여러 애국자들, 공산군의 남침으로 국가가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했을 때 과감히 목숨을 걸고 참전한 학도병들, 공산군과 맨 주먹으로 맞서며 마침내 구국의 숭고한 별로 승화한 금오리, 백석천 전투의 국군 용사들, 북한 공산권력과 처절히 싸우다 고향을 떠나 의정부에 정착한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지역의 민주 빨치산들. 그들의 희생과 헌신은 지금 아무런 기념 없이, 한 줄의 기억도 없이 망각에 묻혀져 있지 않은가? 도대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현창하며 무엇을 기억하는가?
생각해 보면 터어키의 수도 앙카라 한국공원 참전비에 적혀 있던 한국전 참전비의 그 숱한 이름들, 피끓는 그들의 희생 앞에서 나는 펑펑 울지 않았던가?
전국 각지 연고지마다에 세워진 유엔군 각국의 한국참전기념탑들, 지금도 부산 유엔군묘지를 찾는 여러 나라의 여행객과 그들의 전우들, 새로이 부임하는 영국대사는 물론 한국을 찾는 영국의 내빈들이면 반드시 참배하는 적성의 영국군묘지!
그런데 정작 우리 의정부시민들이 기억해야 할 의정부의 순국자들의 행적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다시 공부하여야겠다, 이제 그들을 기억하고 추념하고 현창할 자료들을 찾아내야겠다.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포장도로를 지금도 보수하고 보존하는 그들의 역사의식 앞에서 나는 정말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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