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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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것들
  • 관리자
  • 승인 2018.11.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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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논설위원

필자는 어려서 크면 판사나 장군 되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컸다. 옆집 아이도 똑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컸다. 우리네 부모님들의 희망사항이었지만 될성부른 싹들은 따로 있었다.

이런 친구들은 같은 동년배가 보아도 우러러 보이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업고 다녔다. 요즘 표현으로 공부와 바름 분야의 끝판왕이다. 이 친구가 S대 법대를 들어가고 판사가 되어 부산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건너건너 들었다.

요즘은 사법농단 이야기가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재판을 거래했다는 이야기와 사법농단에 관여된 법관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사법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걱정도 많지만 이번 기회를 사법부 신뢰회복 기회로 삼아야 된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받는 것 같다.

어찌되었든 죄의 유무와 죄의 중함과 경함을 판결하는 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부당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지움과 관련없는 사건들을 판결하는 것도 판사들의 중요한 임무이다. 즉 억울함을 풀어주고 나의 권리를 지켜줘야 하는 것도 판사들의 의무이다.

KTX
승무원 사건과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그리고 강제동원 피해 손해배상청구 사건 등이 법원이 권력과 거래한 대표적인 억울한 사건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건들이 양승태대법원장 시절의 대표적인 사법농단 사건으로 보도되며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칭찬일색으로 어린시절을 보내고 모두의 희망이었던 그 친구에게 기대하는 것은 사실 정의가 아니었다. 내가 억울한 일이 있으면 혹은 잘못을 좀 했더라도 그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이는 권력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온 공포와 못된 정치가 낳은 시대상이고 무지라 할 수 있다.

이런 무지는 권력을 정의로 포장하고 억울함도 죄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학습시킨다. 이런 봉건적 사고는 인간의 존엄성에 극명히 배치되는 사고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는 주장은 실질이 아닌 그냥 시장에 걸린 그렇고 그런 구호일 뿐이다.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사법부가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과 알고 혹은 모르고 우리가 그간 인정해온 사법부의 존재 이유가 충돌하고 있다.

국가의 법을 지키고 수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정신에 대한 왜곡과 신뢰가 사라지면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동네의 부러움을 온 몸으로 받았던 그 친구에게 우리가 몰랐던 것이 있었나? 아니면 우리가 무지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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