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廣場)과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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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廣場)과 마당
  • 관리자
  • 승인 2018.11.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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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외부의 침략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마을 공동체를 지향했던 유럽사회에서는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협의의 장소를 마을 한 복판에 조성하였는데 이를 로마인들은 <포룸(FORUM)>, 영국에서는 스퀘어(square) 스페인에서는 플라자(plaza), 독일은 플랏즈(Platz)라고 불렀고 이 단어 플라자(plaza), 플랏즈(Platz)로부터 <장소>를 의미하는 <Place>가 파생되어 나왔으니 이는 광장이 가지는 의미가 그들의 삶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로마의 바티칸 광장은 광장 자체가 거대한 야외 예배당으로도 활용되어 서구 광장의 또 다른 면모를 보이고 프랑스의 콩코르드 광장은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자들의 피가 흘렀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공동체보다는 종가(宗家)와 선산(先山)을 중심으로 종적(縱的) 질서를 따라 형성되었던 우리네 옛 마을에는 광장이 없었다.
입향조(入鄕祖)나 불천위(不遷位) 제사 같은 큰 행사는 종가(宗家)의 대청(大廳)에서 열려 항렬과 촌수, 그리고 적서의 구분과 위차를 따라 영내(楹內), 영외(楹外)를 구분하여 정렬하는 절차와 위서(位序)가 우선하는 질서의 현장이었다.

조선 후기에 들어 교통의 요지에 장이 섰지만 역시 매매와 교환의 현장이었을 뿐 친밀한 소통의 기능은 도외시 되었다. 볼 장 다보면 떠나는 이기적인 요소가 더 강했기 때문이었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요즘의 아이들에게 우리 옛집의 마당을 설명하기란 전혀 용의롭지가 않다.

그들은 낮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집 앞의 공간이 가지는 역할과 의미를 체득해 본적이 없기에 이를 설명하기도 제대로 이해 이해시키기도 난해한 것이다. 마당은 바로 기둥과 지붕이 없는 <>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곳 마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잔치를 하고 김장을 담그고 타작한 곡식과 거둔 채소를 다듬어 갈무리하였다.

이곳에서 가족들이 간식을 먹으며 별보고 달보고 가사 일을 의논하고 옛이야기를 듣고 모깃불 피우고 잠드는 가족들이 모여 소통하고 협력하고 전통을 계승하는 가장 큰 방이었다.

사회가 진화하고 발전하면서 유럽의 광장은 더욱 확대되고 발전하고 그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 광장에서 마을 잔치와 축제가 열리고 자리를 펴고 음식과 차를 즐기며, 공연을 보고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시위도 한다. 그러나 우리내의 마당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 갇힌 공간에서 우리아이들은 각자의 일에 혼자 몰두하고 있다. 티브이를 보건 핸드폰을 보건 드믈 게 책을 읽던 그들은 늘 혼자이고 그렇게 혼자로 고립되어 자란다. 가족간의 대화조차 이제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마당을 열자. 마당에 모여 밥 먹고 놀고 얘기하고 별보고 바람 쐬고 싸우고 모기에 물리고 그러자.

우리문화의 융성을 이야기하는 이들이여, 우리의 문화를 융성케 하려면 그 문화를 키울 마당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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