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을 구분해내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춰야
상태바
거짓을 구분해내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춰야
  • 관리자
  • 승인 2018.11.10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주 논설위원·글과생각 대표

가끔 강의할 때가 있다. 의욕이 넘치는 대학생들을 만나 대화하거나 토론할 때면 그들이 던지는 질문이 흥미롭기도 하고 연구에도 신선한 자극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은 그리 넓지 않은 견문과 지식으로 지엽적인 부분에 치우쳐 핵심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처음엔 차분히 설명하겠다 마음먹지만 이해를 위해 배경지식과 전제를 설명하다보면 점점 목적지가 아득해지면서 후회가 밀려온다. 더구나 열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하나를 알고 있는 사람의 자기확신은 더 확고한 것이어서 핏대 세우며 목소리를 키우는 상대와 시시비비를 가리며 펼치는 토론이라는 것은 이미 정해진 시간 안에 하기에는 불가능한 것에 가까울 때가 많다.

비단 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경제가 엉망이라고 말하는 기사를 본다. 이렇게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90년대 겪었던 국가부도사태를 넘어 국가존립의 문제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라 말하는 어르신도 곧잘 만난다.

내가 미처 모르고 있는 대한민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나름 학식도 있고 최근의 정보도 꽤 접하고 계신 듯하여 몇몇 질문을 해보니 각종 통계를 예로 들며 비교적 틀을 갖춘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냥 듣기만해도 직관적으로 허위임을 알겠는데 말씀하시는 분은 그런 의문을 갖지 않는 것 같아 의아했다. 카톡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얻은 다량의 거짓정보는 진실여부의 판단능력을 흐리게 하고 사실 확인에 게으르게 만든다. 그럼에도 절대 진리를 알고 있는양 돼먹지않은 논리를 끊임없이 펼치면, 별 득도 없을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보다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유혹 중 하나는, 원하는 방향대로 통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여러가지 기준과 질문과 모집단을 조정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여 주장의 근거로 사용한다. 사람들은 보통 통계를 근거로 해 주장할 경우 상당히 객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엄정하게 살피지 않으면 쉬이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통계를 좀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잘 안다.

1차적 자료를 살피며 위조된 내용을 찾고 출처와 기간, 각종 전제를 일일이 확인하며 통계에 의한 주장이 적합한가를 찾아 못된 화자의 의도를 파악해 날조된 뉴스와 자료를 읽어내야 하는 요즘. 한동안 대한민국 국민을 헌법과 외국어공부를 하게 하더니 이제는 통계와 사회과학 전반을 공부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시민으로 살기 참 힘들다. 웬만큼 부지런해서는 참 어렵다.

바쁜 일상으로 하루하루를 전쟁터에서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이 생계와 직접 연관도 없는 공부도 해가며 우리네 정치를 살펴야 한다. 일반시민은 위정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태평성대라고 하던데 작금의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가 위정자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누굴 탓하랴? 믿고 맡겨놓아도 좋을만큼 대한민국의 기본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정치시스템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고서 직무유기한 세월에 대한 뼈아픈 대가를 그동안 치뤘으니 나와 내 다음 세대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또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우리의 책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