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는 민위(民爲)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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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는 민위(民爲)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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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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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기 논설위원·신한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직장인 모씨가 점심으로 설렁탕 한 그릇을 주문하여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계산대에서 계산하려는데 값이 무려 10만 원이었다. 화가 난 모씨는 가게주인과 대판 싸우기 시작했다. 다른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음식 값에 분노하면서 어디서 먹는 것 가지고 장난질이냐며 가게 주인 멱살잡이까지 하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분노를 겨우 달래던 모씨는 직장으로 돌아가던 중 옷가게가 눈에 띄었다. 딸아이 옷 한 벌 사 볼까하는 마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것저것 고르던 끝에 나름 예쁘장한 옷 한 벌을 들고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또 한 번 입이 딱 벌어졌다. 옷 한 벌 값이 무려 50만 원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아주 특수한 초인플레이션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상황이 아무리 급박해도 인간 삶의 먹는 것과 입는 것으로 장난치는 것은 누구도 용납할 수 없다. 생존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십 년간 이 나라는 또 한 가지 삶의 기본적인 것으로 장난치고 있다. 바로 주거문제다. 비록 주택건설이 돈이 많이 들고 위치가격에 민감하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해가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주택가격이 수많은 국민을 절망시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얼마 전 주택 값을 잡겠다고 종부세를 최대 3.2%로 인상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30억 원 짜리 주택을 가진 사람의 세금이 한 달에 60만 원 인상되어 일 년에 700여만 원 세금을 더 부담한다는 내용 등이었다.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주택 값이 잡힐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부가 또 한 번 헛발질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잠자는 공간을 두고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한 역대정부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적폐중의 적폐가 아닌가 한다. 근본적으로 주택은 쉬고 자는 공간으로서 삶의 기본요소이다. 다른 복지가 아무리 호화롭게 구비된다 해도 의식주가 무너지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제는 정부정책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다. 시중에 갈 곳 없는 돈이 넘쳐서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그만 접어야 한다. 작금에 떠도는 1100여조 원의 시중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곳으로 유도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이마저도 못한다면 정부는 무능하며 존립의 의미도 없다. 공장을 짓게 하고 세금을 아예 면제해준다면 부동자금의 투자도 이루어지고 고용도 창출될 것이다. 민간자본으로 DMZ 인근 펀드를 조성해서 공원이나 각종 시설을 만들어 수익을 올리게 하면 부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갖가지 방법을 고안하여 부동자금의 흐름을 주택투기가 아닌 선순환 방향으로 틀어줘야 한다. 작금의 정부정책은 한 가지도 이런 면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답답한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경기가 가라앉으면 주택가격상한제 폐지나 대출요건 완화 같은 정책을 수시로 써왔다. 이제부터는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주택정책을 활용하지 않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은행부실도 은행이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포괄적 관리규제만 하면 된다. 오히려 이런 방식이 국민에게 신뢰를 더 줄 수 있다. 주택은 살아가는 공간으로 그쳐야지 경기조절 수단이 되면 안 된다. 경기활성화는 주택정책과 같은 임시방편적인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닌, 최소한 10년 앞을 내다보고 근본적인 처방에 몰두해야 한다.

국민도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사는 공간은 주택 한 채이면 족하다. 1가구 다주택이 왜 필요한지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인지를 돌아봐야 한다. 나만 돈 벌면 그만이라는 행위를 지속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피눈물 흘리며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말로만 공동체 운운하며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를 외친들 가슴에 와 닿겠는가. 이제는 1가구 1주택 개념이 자리 잡아야 할 때다. 더 이상 자본주의 운운하지 말고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공론화시켜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든 뭐든 사람이 함께 잘 살고 행복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의식주 해결은 인간복지의 핵심이고 행복한 삶의 출발점이며 어떤 좋은 정책보다 가치 있는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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