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거리 행복로에 있어야 할 것과 없애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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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는 거리 행복로에 있어야 할 것과 없애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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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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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경 논설위원·(주)효천건축사사무소 대표·두원공과대학 외래교수

의정부역 교차로와 파발 교차로를 연결하는 행복로는 중앙로라는 옛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의정부시 구도심의 중심 상권으로서 서울의 명동과도 같은 의미의 장소였다. 하지만 새로운 인구의 유입으로 의정부시가 신시가지 등 외곽으로 팽창하면서 중앙로 인근의 상가지역이 활기를 잃으며 슬럼화 되기 시작했다.

도심 슬럼화의 과정은 산업화에 의한 도시로의 인구집중, 인구 증가로 인한 외곽으로의 도시 팽창,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하고 낙후된 도심 공동화에 의한 슬럼화 등의 순서로 국내외 여러 도시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이렇게 슬럼화 된 도심을 재생시키기 위하여 차 없는 거리 조성 등 공공 공간(Public space) 의 활성화를 통한 보행자들의 원활한 이동을 유도하여 상업, 문화,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 지도록 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필자는 몇 년 전 경기도 남부 어느 도시의 슬럼화 된 구도심 활성화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국내외 도심재생의 여러 사례를 조사한 바 있다. 대부분의 조사 대상 도시 역시 도심 슬럼화의 원인 및 과정과 재생의 방법이 거의 동일했다. 중앙로도 2009년에 폭 20m, 길이 600m의 도로를 98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면서 행복로로 재탄생 시켰다. 하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여타 도시들의 도심재생 사례와 많은 다른 점이 있다.

대부분의 사례는 원활한 보행을 위하여 차를 없앤 후 특화된 바닥 포장 및 최소한의 휴게시설을 설치하고 대부분을 비어있는 공간으로 제공함으로서 도심의 공공 공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반면 행복로는 입구부터 각종 거대한 조형물, 분수, 실개천, 공간의 크기와 맞지 않는 커다란 소나무, 거대한 조경석 등이 가득 채워져 보행동선이 두 방향(2-way)으로 분리되면서 오히려 보행자의 보행을 방해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만들어 냈다.

또한 이용 측면에서도 매일 저녁 넘쳐나는 쓰레기와 많은 취객들의 소란, 주말 등에는 각종 집회, 행사, 공연 등에 의한 소음으로 가득차면서 주변 상권 활성화보다는 상인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등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에는 대형 시설물인 미디어루프의 고장으로 많은 수리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행복로에 설치된 시설물들의 유지관리와 청소에 연간 22000여만 원이 투입된다는 주장도 있다.

차 없는 거리 조성 계획 초기부터 빛의 공간, 수변 공간, 공연광장, 소리광장, 중앙광장 등 5개의 테마공간을 표방하며 욕심을 낸 탓에 움직이는 차는 없어졌지만 움직일 수 없는 구조물로 가득 채워졌고 최근에는 상권 활성화의 지지부진과 주변 여건의 변화로 인해 행복로 변에 원룸형 고층 고밀도 주택의 개발 움직임이 보이면서 원래 행복로 조성 취지와 다른 환경이 만들어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만약 현재의 상태로 행복로 변에 고층의 고밀도 주택이 입지 할 경우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구조차량이나 화재진압 차량의 행복로 접근이 불가능해 대형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차가 없어진 행복로를 지금처럼 복잡하고 고립된 휴게공간으로 유지 할 것이 아니라 인근의 재래시장 등과 연계된 구도심의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공간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가로의 성격(Street character)을 명확히 제시하고 인근으로의 연결(Street network)을 모색하며 그와 연결된 골목길(Alleyway)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편안하게 도심을 걷고 모여서 담소를 나누며 커뮤니티를 만들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공공 공간을 계획하여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사회에 대응하면서도 인근 재래시장과 연계된 구도심의 활성화를 만들어 내도록 행복로의 리모델링 계획 수립이 필요한 것이다. 최소한의 조형물 및 휴게 시설을 제외한 시설물들을 과감하게 정리해 두 방향으로 분리된 보행공간을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여 그 공간을 인근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제공하므로써 편안한 보행과 커뮤니티 및 쇼핑 등을 통한 구도심 상권의 활력을 높이고 화재발생 등 비상시 진압 및 구조차량의 접근이 가능한 구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도시의 공공 공간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점점 더 그 역할이 복잡하고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라도 기왕에 만들어진 행복로에 있어야 할 것과 없애야 할 것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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