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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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
  • 관리자
  • 승인 2018.08.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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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경상도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고 와 참 맛있습니다라고 하면 그건 바로 맛이 없다는 뜻이 된다.

그들은 맛있다는 표현이 따로 있다. “, 이거 직입니다!” 해야 바로 지금 먹은 음식이 맛있다는 표현이 된다. 그런데 요즘은 전국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표현 할 때 쓰는 표현이 하나 따로 생겼다. “우리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 맛 그대로 입니다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표현은 아무래도 좀 문제가 있다. 물론 어머니들이 그런 음식을 해 주셨을 수도 있겠으나 얼마 전까지도 절대 빈곤에 시달렸던 우리의 경제 형편 상 고기, 생선, 신선한 야채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거기에다가 각종 조미료와 소스까지를 더하여 조리한 음식을 우리 어머니들이 만들어 내시기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가 우리의 삶에 적용하던 방식, 즉 아파트의 기본 면적은 33, 식재료를 조달하는 기본 루트는 <시장>이나 <마트> 가정에 공급하는 자동차의 마력(馬力)수와 구조 등은 모두 4인 가족을 기본으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4인 가족의 식재료를 담는 용적을 기준으로 마트의 카트가 제작되고 고기 한 근 600그램, 쌀 한포는 10~20Kg, 양파 한 묶음. 파 한 단, 계란 한 판이 모두 이 4인 가족의 기준에 맞추어 포장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와 같은 기준이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새로 등장하는 오피스텔의 면적, 마트를 대신하는 <편의점>, 그리고 소형 자동차, 진열된 이미 조리된 식품들, 예컨대 삼각김밥, 한 줌 견과, 즉석 컵밥, 다양한 도시락, 소포장 과일 들은 모두 11가구를 기본 소비 계량으로 잡고 공급되고 있다.

시장에서 마트로 거기에서 다시 편의점으로 구매처의 형태가 변형된 것이다. 결혼하지 않는 젊은 세대, 결혼해도 아이를 갖지 않는 세태는 심지어 이제 총각, 처녀들 중 누군가가 20대에 결혼을 한다고 하면 , 그렇게 빨리라는 의심을 갖게 만들어 놓았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부터 나아가 <혼잠>, <혼술>, <혼밥>의 새로운 풍습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편리하게는 되었다. 웬만한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이제 완전 조리된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아주 저렴하게 구입하게 된 것이다.

내키는 대로 사다 두었다가 전자기기에 데워 먹으면 되니 무슨 문제인가.
홈쇼핑에서는 24시간 그야말로 다양한 생활 물품들을 팔고 있고 그 상품들은 얼마 전까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나라에서 생산한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상품, 식품으로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그러니 모든 음식의 맛이 획일화하였다.

바로 얼마 전까지 경상도의 원초적인 맛, 충청도의 너그러운 맛, 강원도의 소박한 맛, 전라도의 오래 묵은 맛, 경기도의 화려한 맛이 있었고 산(), (), 바다가 주는 식재료의 구분이 있었고 집안 나름의 내림과 주부의 손맛이 다른 별맛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다름은 이제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당장 가을이 깊어도 김장을 하지 않고 홈쇼핑에서 사먹는 일이 이제는 흉이 되지 않게 되었고 시집가기 전에 요리를 익히는 일이 드물게 되었다.

마침내 우리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 입니다!”라는 말은 이제 그 어감과 정감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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