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리 공동체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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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리 공동체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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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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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글과 생각 대표

최근 아이의 진학을 앞두고 학교를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 학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이 모두 같을 것이다.

힘들고 아픈 일은 내 아이만은 좀 덜 겪었으면, 번거로운 과정은 부모가 대신할 수만 있다면 대신하고픈 것이다. 그러나 이 사회의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이 모든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또 알고 있는 것이어서 가슴 아프지만 옆에서 지켜봐주고 기다려주고 격려하는 일 이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일이 극히 제한적임을 잘 안다.

아이가 머물고 성장하게 될 환경을 만들어주고 모범을 보이는 것 말고는 달리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음도 잘 안다.

안타까움에 부모가 더하는 수고가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독이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전인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어떻게 찾아내어 아이를 보내고 있느냐는 부러움을 받곤 하지만 속내는 걱정이 많다.

완전히 이질적이지 않는 커리큘럼으로 향후 진학하게 될 학교와 연계성을 가지면서도 조금 더 적은 아이들이 모여 있어 개개의 아이들을 살필 수 있는 학교면 좋겠다는 희망, 그래서 워킹맘을 둔 아이가 느낄 부족함을 채울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향후 진학하게 될 학교도 행운이 따라주기를 바라게 된다.

얼마 전 성남에 있는 이우학교를 지원했다. 전국에서 지원하는 수가 상당한 상황에 철저히 추첨식으로 1차합격자를 가리니 그야말로 요행을 바라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알게 된 학교지만 학교 면면을 살피자니 매력 있는 곳이어서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고 또 지인들도 있어 도움을 요청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 간사한 마음이 들끓었다. 내 경우에도 편법이 통하지 않는 원칙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이 원망스러웠지만 그런 이유로 이 학교가 오늘까지 건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느 지인은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선택받았다 말한다. 1997년 교육운동가들에 의해 많은 논의와 수차례의 워크샵을 거쳐 대안학교의 필요성과 방향의 결과로 2002년 이우학교가 설립되었다.

또 오늘날까지 지역공동체를 꾸리며 교육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100인의 이우교육 공동체가 기울였던 노력과 세월을 보면 과연 이 아이들이 정말 선택받은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21세기의 더불어사는 삶을 준비하는 대들보로 자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립되어 재학생과 더불어 각종 자치적인 학부모활동 등이 이어짐을 고려한다면 사실 학부모로서는 녹록한 학교가 아니다. 무임승차할 수가 없다.

졸업생, 학부모들, 지역의 시민, 사회 및 단체가 힘을 합쳐 신협, 생협, 마을 도서관, 생태적 주거단지, 지역언론, 인터넷을 이용한 커뮤니티, 생활협동조합 운동을 전개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 온전히 한 마을이 아이들을 키워냄을 믿어 부모로서 갖는 교육에 대한 불안을 극복해내고 과감히 교육공동체, 마을공동체의 삶을 선택하고 실천해가는 과정에서 16년의 나이를 먹은 학교를 본다.

사교육의 광고를 보면 멀미가 난다. 나 역시도 돈을 벌기 위해 학원사업이 유리하다 생각하지만, 그것이 우리공동체에 올바른, 보다 나은 길이 아님을 안다.

부모의 불안과 위임을 빙자한 방임의 결과임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어쩌면 이런 측면에서 이우학교 아이들도 성미산마을 아이들처럼 정말 선택받은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공동체로서 함께 살아가는 가치와 더 나은 지향을 위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실천해 가는 용기를 가진 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당신은 어떤 부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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