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난민을 내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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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난민을 내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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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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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글과 생각 대표

얼마 전 미사 강론에서 난민에 관한 천주교의 입장에 대해 들었다. 천주교에서는 불법 체류자를 미등록 체류자로 부르고 이들을 도울 방안을 찾는다 했다. 연장선상에서 각 지역별로 한 교회에서 한 난민씩 돌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조간신문이나 뉴스에서 들었던 제주로 온 예멘 난민 때문이라 생각했다. 겨우 500여명이 좀 넘는 난민으로 인해 전국이 이리 호들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도되고 있는, 얼핏 들어도 말도 안 되는 난민공포증의 가짜뉴스와 각계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요지경이다.

난민은 박해,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기근, 자연재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망명한 사람 그리고 전쟁이나 기타 폭력에 의해 원래 살던 땅을 떠나게 된 사람들을 지칭한다. 2006년 기준으로 UNHCR(국제 연합 난민 고등 판무관 사무소)은 팔레스타인 난민(430만명)을 제외하고 전 세계 난민 수를 840만 여명으로 집계했다. 이 안에는 자국 내에서 떠도는 국내실향민도 포함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유럽의 피난민에 대해 법적으로 정의하면서 난민이 정식화되었다 하는데 한국전쟁 당시 피난을 떠난 한국인도 여기에 포함되고 오늘날 탈북이탈주민 역시 포함되니 난민의 존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더 우리 가까이에 있어왔다. 더욱이 전쟁이나 정치적인 문제로 보이는 중동의 난민도 환경난민(기후난민)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에서 우리도 전혀 책임이 없다 말할 수 없다.

한국은 199212월 난민 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했으며 1994년에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했고 20137월에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다 한다. 한국의 난민신청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어 2009324, 2010423명에서 20111011, 20121043, 20131574, 2014년에는 2896명이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4년 이후부터 20157월 말까지 한국에 난민 등록을 신청한 사람은 총 12208명이었으나 이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522(4.2%)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6258(51.3%)은 난민 인정이 거부됐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례는 876(7.2%), 1651(13.5%)은 자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의 난민 수용률은 4.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유엔 난민협약국의 난민 인정률 평균 38%에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법무부가 이들 난민 허가에 인색한 것은 불법취업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사의 기로에서 목숨을 걸고 찾아와 도움의 문을 두드린 이들에게 우리는 사회적 안보를 걱정하며 빗장걸기에 급급하다. 불과 얼마 전 우리네 모습이고 생명에 관한 문제이며, 고래로부터 한반도에 정착한 이방인의 다양성을 수용해 오늘에 이른 한민족의 관대함과도 배치된다. 우리가 보여주는 지금의 모습은 세계 최고를 지향하며 악전고투하는 태도와도 차이가 있어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다 보기가 어렵다. 언제부터 배타적 민족주의가 우리의 특징이며 전통적인 모습이었는가?

성서에서도 이방인을 너희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집트에 머물던 이스라엘 민족도 이방인이었고, 또 모든 사람들은 창조주가 만든 이 세상에 남겨진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창조주는 너와 이방인을 동일하게 대할 것이라고 하는데도 이 세상에 잠시 다녀가는 손님인 우리가 우리의 이방인을 내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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