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는 뽑아내지 않으면 세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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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는 뽑아내지 않으면 세력이 된다
  • 관리자
  • 승인 2018.06.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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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글과 생각 대표

화단에 물을 준다. 이제는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말라 죽은 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가지에도 새 순이 올라오고 어느덧 연두빛이 초록빛을 띈 잎사귀가 달린다.

한때 작은 잎사귀 몇 가닥을 조심스레 내밀고 있던, 이름하지 않아 잡초라고 불리는 것이 있어 안쓰러운 마음에 그냥 두었던 화분이 있었다. 이제 다시 보니, 원래 그 화분의 주인이었던 것은 말라죽고 그 작았던 잡초만이 세력을 이뤄 무성하다. 식물이 군락을 이뤄 세력이 될 때까지 마음을 써야 한다던 조경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식물에게도 세력이 있느냐고 난 물었고 그 분은 세력이 되면 겉잡을 수 없게 되어 그 땅의 주인이 된다했던 것 같다.

그때 너무도 작아서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어 뽑지 않았던 것이 점점 세력이 되어 원 주인을 사라지게 했다. 그래서 이들이 잡초라 불리는구나 생각했다.

보살피지 않아도 제거만 하지 않으면 끈질기게 그들의 생명을 이어가고 위치한 곳에 세력을 만들어 그 땅의 주인이 되는 것. 이제 잡초를 제거하면 화분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남들이야 죽어나가든 말든, 어떻게 되어도 본인은 알바 아니라며 마구 짓밟는다. 그러면서도 고의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말한다.

한참 지난 후, 숨차게 달려온 길을 되짚어본들, 이미 사라진 생명이 미안한 마음만으로 부활할 일은 만무하다. 처음부터 공생의 방안을 모색하지 않은 자기합리화의 결로. 그 끝은 결국 공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지나온 역사에서 매번 확인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워낙 큰 중앙 이슈들이 많은 요즘이라 선거가 치러지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다. 지방선거다보니 우리네 이웃들 중 어느 누군가가 출마하고, 평소 안면이 있는 처지에 매몰차게 굴 수도, 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후보를 공정하게 바라보고 냉정하게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어떤 후보를 선출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나와 아이들이, 또 나의 이웃들이, 내가 살고 있는 이 고장의 미래가 작지만 직접적으로 변화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 우리에게는 허투루 행사할 수 없는 권리이자 의무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그 놈이 그 놈인 정치판이라, 혹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 위선덩어리인 후보들을 살피기 싫다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그런다고 유권자인 당신의 책임이 면피되지 않는다.

유권자인 당신은, 적어도 선이 무엇인지는 알고 남들이 보는 앞에서만이라도 좋은 일, 옳은 일을 하는 위선덩어리 정치인이 계속 그 위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강제하고, 선의를 가진 자를 새로이 찾아 길을 터고 기회를 주어야만 한다.

작은 베란다 한편에서 시간 잡아먹는 소일거리에 불과하지만 내겐 분재를 가꾸며 많은 생각과 배움이 있다. 늘 지나고서야 경험으로 배우는 교훈이라 나의 어리석음을 다시 깨닫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우리네 삶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나의 아이와 타인에게, 그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경험으로 배우는 교훈을 얻지 않기를 바란다.

보다 더 신중하고 냉정하게 4년 후의 오늘을 생각하며 잡초를 제거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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