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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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날
  • 관리자
  • 승인 2018.05.2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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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어머니날이 시작된 것은 1907년 필라델피아에 사는 아나 자바스가 자신의 어머니의 2주기(周忌) 추모일에 추도식에 참가한 지인들에게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흰 <카네이션>을 나누어 주어 가슴에 달아주었고 이로 말미암아 어머니를 추모하는 일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1914년 당시의 대통령 우드로우 윌슨이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제정 선포하면서 국가 행사로 확대되었다.

이 어머니날 행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30년대로 구세군 가정단이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지키기 시작하여 1932년 감리교회에서 이를 공식화하면서 주로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확대되어 가다가 광복 이후 1973년에 58일을 국가적인 기념일로 공식화 되었다.

초기에는 <어머니날>이라 하여 생존하신 부모님의 가슴에 선물과 함께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경우에는 자녀들이 가슴에 흰 카네이션을 달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왜 아버지날은 없느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독자적으로 <아버지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결국 명칭을 <어버이날>로 변경하여 부모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보답하는 날로 삼아 현재에 이른다.

문제는 이 어버이날을 치러내야 하는 자녀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데에 있다. 가슴에 꽃 한송이를 달아드리던 초창기와는 달리 이제는 격식을 갖춘 식사에다 선물과 꽃다발을 준비하고 휴일이 아닌 평일에 시간을 내어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한다는 시·공간의 부담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어버이날 바로 직전에는 어린이날이 있고 스승의 날이 이어진다. 어느 것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담스러운 <>들의 연속이다.

대접을 받는 부모의 경우 자녀들의 정성이 고맙고 받은 선물 역시 혼자 즐기기에는 아까운 탓에 이웃과 친구들에게 이에 뼈와 살을 더하여 한껏 부풀려 자랑하게 마련이고 자신들이 받은 선물과 대접이 거기에 상대적으로 미치지 못하는 이웃과 벗들은 속이 상하고 스스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니 이는 어버이날을 제정한 취지에 근본적으로 어긋난다. 그런 위화적인 행사라면 차라리 이를 없애는 편이 더 낫겠다.

나이 들면 들수록 어려진다는 말이 있다. 분노조절이 안 되고 질투가 많아지고 터무니없는 욕심을 노골적으로 앞세우게 된다. 일전 시내의 한 상점에 <어른이 날>을 축하한다는 문구가 걸린 것을 보았다.

어른다와 진다는 것, 나이 들며 더욱 인격적으로 숙성되어 가는 것을 의미하는 노성인(老成人)’이라는 아름다운 칭호, 부모의 생애 그 자체를 자녀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인격적 완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흰 카네이션을 지인들의 가슴에 달아드리던 초창기 어머니날의 그 소박하고 이름답던 어머니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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