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이들의 이름 잊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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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이들의 이름 잊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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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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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글과 생각 대표

눈부신 4월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갈색 나뭇가지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과 움튼 연두빛깔 봄, 그리고 화사한 봄꽃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어디론가 떠나고픈 이 멋진 날에 나들이 계획을 세우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기대한다. 어쩌면 4년 전 그 아이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4월에는 기억할 것이 참 많은 달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기억을 떠올리면 가슴 아픈 날이다. 지난 월요일에는 무작정 안산으로 향했다. 합동영결추모식 후 분향소가 사라진다 들었기 때문이다. 날 좋은 봄날, 그들을 향해 가는 동안 그들이 여행을 앞두고 설레었을 마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여전히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무게감을 느낀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또 아무것도 명확히 밝혀진 것도 없다. 분명한 것은 이 봄날,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 곁에 있지 않다는 것 말고는, 우리는 여전히 아는 것이 없다.

그것이 더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이런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아이들에게 약속할 수 없을 것 같은 안타까움에 더 슬프다.

촛불집회가 아니었다면 세월호는 인양되지도 못했을 거라며 국민에게 감사하다 말하는 유가족에게 미안하다. 대법원에서조차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알 수 없다한 사실도 우리는 모른 채 지난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지치고 지겹다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그 핑계로 슬슬 우리의 기억에서 놓아버리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마음의 짐을 슬쩍 내려놓으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한다. 말끔하게 해소된 것이 없어서 늘 마음이 무거웠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성급하게 마침표를 찍으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한다.

그날의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고, 그러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을 점검하고 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이 모든 과정이, 우리의 일상이 되도록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삶에 녹여내는 일이다.

단상에서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른다. 반복해서 불러준다. 그날이 아니었다면 평생을 이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며 살았을 것이다. 그들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미처 불리지 못한 만큼 더 많이 이들의 이름을 불러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계속 이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생각한다.

4
년 전, 고개를 떨구고 두 손에 묵주만을 꼭 쥔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날을 떠올린다. 며칠을 데굴데굴 구르며 물속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가슴을 짓이기며 애통했던 시간을 떠올린다.

그리고 오늘로써 내 마음에 이 슬픔을 묻는다 다짐한다. 이 기억이 나의 삶을 잠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이 더 온전해지도록 일상에서 잊지 않고 녹여 살겠다 다시 약속해본다.
4월의 하늘, 아이들이 우리의 마음에서 가볍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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