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은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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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은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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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3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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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논설위원·신한대학교 교수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후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여야의 정쟁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들을 현혹하려는 그들의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민들은 과거 있었던 사실을 왜곡되지 않게 알고 싶을 뿐이고 또 알권리가 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거짓 내지는 왜곡된 사실을 국민들이 알고 있었다면 그와 같은 왜곡된 혹은 거짓 정보를 산생시킨 사람들은 응당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이 옳지 않고 왜곡된 과정에서 부당하게 자신들의 삶을 짓밟힌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한다.

대검찰청이 과거 검찰의 권한 남용 등을 규명하는 과거사 진상조사단을 검사와 교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꾸리고 조사를 시작하였다. 조사 과정에서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전·현직 검사의 검찰권 남용 등이 명확히 드러날 경우 법적 조치나 징계가 취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 위원회는 과거사 정리는 제도적·인적 문제 개선이 필요하지만 제도적 개선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제도적 문제보다 인적문제에 대한 처벌이 제도를 개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승만정권이 수립되면서 정부 기틀을 신속하게 구축하기 위해 일제에 부역한 사람들을 주요 요직에 앉혔다. 그로 인해 일제시대 독립을 이루기 위해 피와 눈물을 흘렸던 선열들을 핍박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일들 있었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였지만 일본의 제도를 상당부분 모방 혹은 복사하여 독립에 따른 우리의 제도나 법은 독립 후에도 친일적 요소를 상당부분 답습하였다. 이 과정만을 보더라도 제도가 중요한지 인적문제가 중요한지의 답은 명확하다.

문재인정부는 촛불민심으로 시작된 정부이고 촛불민심과 정신을 받들면서 출범하였다. 그래서인지 이전 정부에서 없던 일들이, 아니 하지 않던 일들을 국가운영 철학으로 지향하고 있다. 대표적인 일이 국가기관들의 적폐청산과 옳지 않은 과거사 정리이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거나 심층취재로 공개되는 과거사 중 배우 장자연, 전법무차관 김학의 관련사건 등이 언론의 주요 보도 내용들이다. 이 사건들은 현재 진행 중인 미투(#me too) 운동과도 연결고리를 갖는 사건들이다. MBC PD수첩의 김학의 관련사건 보도는 충격을 넘어 가해자인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문제는 당시 검찰권력의 의식이다. 국민들도 다 알고 있는 명백한 팩트를 아니라고 하는 검찰권력의 배짱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는가? 김학의 사건을 덮은 검찰권력에서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은 차치하고 일말의 양심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같은 인간으로서 참혹한 부끄러움만 남는다.

이승만정권에서 일제에 부역한 사람들이 독립 후에도 더 큰 권력과 부를 갖게 된 것은 국가의 법질서 체계 운운하며 법이나 제도의 구축을 우선으로 보는 시각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틀리지 않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법과 제도는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권력자의 왜곡된 입맛을 고려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 과정에서 정의롭지 않은, 옳지 않은 일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억울한 눈물이 수도 없이 흘렀다.

과거사를 정리하는 것에 대해 피해자들은 제도를 고치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그 사람들을 벌주라고 호소하고 있다. 촛불민심이 이와 함께하고 있다. 법과 제도의 개선보다 피해자들의 한과 눈물을 생각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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