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추정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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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추정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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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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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타진요>라는 상당한 규모를 가진 단체가 있었다. 모임의 이름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의 준말로서 말 그대로 타블로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고 진실을 고백할 것을 요구하여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였다.

그들은 가수 타블로의 이력 중에 명문 <스탠포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는 학력이 거짓말이라며 그야말로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며 인터넷 댓글과 이에 동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야말로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고 이를 바라보는 상당수의 논외자들에게 아마도 타블로가 학력을 위조한 것이 사실이라는 심증을 갖게 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타블로가 아무리 자신의 학력이 진실이라며 졸업증명서와 학위증 등을 제시하여도 오불관언(吾不關焉) 불신의 주장을 더욱 치열하게 제시하였다. 운영자는 저는 수 천 개의 댓글과 게시글로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해 왔으며 그 중에 단 하나도 삭제한 것이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 닿을 때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요구할 것이며, 임의로 타진요를 탈퇴하거나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결국 방송들이 진위 파악에 나서서 <스탠포드>를 답사하였고 타블로가 대학 재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의 주인과 타블로의 지도교수 등을 인터뷰하고 학적과 졸업, 학위에 대한 관련자료를 실제로 확인하고서야 이 어이없는 논쟁은 종결되었다. 그리고 한 유능한 음악인의 재능과 능력을 펼칠 기회가 박탈되었고 역시 연예인인 그의 아내와 그의 가족이 겪어야 했을 참담한 아픔과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오해와 불신의 깊은 구렁은 무시되고 말았다.

이제는 어지간하면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법률 용어 중에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프랑스의 인권선언에 처음 나타난 이래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이 용어의 법률적 정의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이다.

그리고 설사 재판에서 유죄로 선고되었다 하더라도 유죄의 확정판결 시까지 무죄의 추정을 받으므로 제2심 또는 제2심 판결에서 유죄의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의 추정을 받는다.

유죄판결이란 형 선고판결뿐만 아니라 형 면제판결과 선고유예판결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면소,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판결은 확정되어도 무죄의 추정이 유지된다.(무죄추정의 원칙(시사상식사전, 박문각))

, 비록 범죄 사실이 의심된다하여도 사법적 절차를 따라 법률이 정해진 바에 의하여 유죄가 확정되고 그에 상응하는 형량이 선고되기 전까지 그는 법률적으로 무죄인 것이다.

한 유명 여자연예인의 갑작스런 은퇴가 알려지자 상당수의 매스컴은 이를 어떤 재벌, 또는 어떤 비리 정치가의 아들과 연관시켜 불륜이 탄로 나게 되자 은퇴하는 것으로 보도하였다. 물론 여러 분석가와 시사평론가들이 상당한 심증을 근거로 이를 확대하였고 대중들은 또 그러려니 하였다.

그런데 사실은 그 여자 배우가 연인과 깊은 사귐을 가져왔고 갑자기 결혼하게 되어 자신의 사회망에 은퇴를 알리며 감사의 글을 올린 것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 여배우와, 그의 혼인대상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지들이 터무니없는 심증(心證)에 근거한 난도질을 당하고 만 것이다.

적폐는 청산되어야 하고 사회의 정의는 진보되어야 한다는 전제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적폐의 청산 과정에는 일부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되어야 하고 또 대의를 위하여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주관적이고 때로는 의도적인 가해(加害)이다.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이 손괴되는 일은 사소하더라도 있어서는 안된다. 이제 조금은 냉정히 상황을 바라보는 상식의 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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