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진영논리로 퇴색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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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진영논리로 퇴색 말아야
  • 관리자
  • 승인 2018.04.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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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논설위원·신한대학교 교수
최근 미투운동(#Me Too)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원래 미투운동의 시작은 2006년 미국 여성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소수인종 여성, 아동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독려해주고 피해자들끼리 서로의 경험을 통해 공감하고 연대하며 용기를 내어 사회를 바꿔갈 수 있도록 창안하였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조심스럽게 시작되었지만 201710월에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 성범죄 파문 등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공개적인 운동으로 바뀌었다.

미투 운동을 남의 나라 문제로만 바라보던 우리나라도 서지현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으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우리 사회에 묻혀 있었던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성에 관한 비정상적이고 범죄적인 행태는 특정분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반의 문제라는 것이고 이는 우리의 상식적인 윤리수준을 뛰어 넘고 있다. 특히 권력과 위계에 의한 피해 사례들이 대한민국의 성의식에 관한 그릇된 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재 상황에 대해 필자를 포함한 많은 남성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겠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가 되었다. 어찌되었든 존재했던 사실이고 현재와 미래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개선과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가 우리들의 책무가 되었다.

전국 44개 대학 여교수회에서 미투 운동을 지지하면서 발표한 현재의 상황 진단은 지극히 정확한 지적이라 하겠다.

여교수회의 지지선언문에는 이번 문제는 오랫동안 누적된 성차별과 일상화된 여성 비하라는 구조적 문제이고 우리 사회의 노동 문화, 조직문화의 후진성, 구성원 간 상호 존중의 부재, 권력의 오남용 등이 서로 연관된 것이 미투 운동을 벌이게 된 본질적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 역시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회전반의 성의식과 문제점을 노출시키며 봇물 터지듯 시작된 우리사회의 자정 움직임을 선정적인 폭로 경쟁 속에 묻히게 하거나,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정쟁의 산물로 왜곡되는 일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

미투 운동은 권력과 위계에 의한 삐뚤어진 성의식과의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이타적 투쟁이지 특정집단을 위한 이기적 운동이 아니다.

여교수회는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돼 본질적인 변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정부는 이 기회를 지속가능하고 실행가능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즉 성의식에 대한 사회전반의 의식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엄격한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촛불민심과 마찬가지로 미투 운동 역시 우리나라가 정의롭게 업그레이드 되는 값진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부당하고 억울하게 짓눌리지 않는 정의롭고 평등한 나라로, 지금 우리가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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