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없는 민주적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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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없는 민주적 질서?
  • 관리자
  • 승인 2018.03.2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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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랑 논설위원·경복대 세무회계과 교수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이 말은 1775년 미국 국민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리치먼드에서 개최한 민중대회에서 독립운동가 패트릭 헨리가 한 연설의 일부분이다.

얼마 전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헌법 제4조에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하자는 개헌안을 발표했다가 4시간 만에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바 있다.

자유라는 두 글자가 무엇을 상징하기에 굳이 삭제하려하고 또한 지키려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자유에 대한 철학적 의미는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 즉 법률의 범위 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조금 달라서 단순한 방종이 아닌 책임이 수반되는 권리 즉, free(타인이나 특정 권위의 통제로부터 해당)보다는 liberty(어떤 사회나 국가의 구성원들이 정부로부터 보장받아 공통으로 소유하고 있는 자유(권리)의 총합)의 의미를 갖는다.

자유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세우고 민주적 절차 하에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이 입헌주의의 틀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 즉, free가 아닌 liberal democracy를 말한다.

지역균형발전의 가치를 위해 서울에 있는 특정 대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켜야 하는가의 문제에서, 이전을 거부하는 권리는 자유주의 영역에 속하고 공익을 위해 무리를 하더라도 이전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또한 똑같이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국가주의가 결합한 형태임에 비해 미국은 자유를 훨씬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헌법에 자유민주주의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2년 유신헌법이다. 그 당시 접두사 자유는 전술한 본래의미 외에 반공을 기치로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이념도 다소 포함(그 당시 대만을 자유중국이라 호칭)하고 있었으며, 조금은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였음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요약하면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보수층은 북한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대립관점에서의 자유보다 자유주의 자체를 옹호하기 위해 자유라는 접두사를 지키고자 함이라면, 진보층은 이를 삭제하여 자유주의보다 민주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일종의 사회민주주의화 의심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같이 적시된 용어에 관계없이 국민의 관심과 위정자에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여러 형태로 발전해 오고 있다. 국가존립의 모법이며, 기본질서의 근간인 헌법은 심장과도 같다.

어느 중진 진보학자가 말했듯 삭제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모든 국민들을 행복하고 평안하게 잘 살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영역으로도 모색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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