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팔이’의 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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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팔이’의 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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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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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논설위원·한국민간조사 학술연구소장

안보팔이’, ‘전쟁팔이’, ‘호남팔이’, ‘민생팔이’, ‘애정팔이’, ‘감성팔이팔이(파는 일 또는 파는 사람)’와 관련된 조어(造語)가 심심찮게 사용된 지 오래다. 이번에는 조직팔이란 말이 새롭게 등장했다. 신조어 조직팔이는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kpisl) 김종식 소장이 201826일 브레이크뉴스에 기고한 칼럼 여검사 성추행 사건 2차 피해, 여기에도 조직팔이가 있었네에서 처음 사용 되었으며, 보도 하루 만에 각계 독자들로부터 공감과 지지가 이어지는 등 큰 반향이 일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조직팔이란 조직에 쓴소리를 하는 내부자(內部者)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자세에 앞서 무조건 어찌 조직을 위해 그럴 수 있나, 조직의 명예를 생각해야지라는 식으로 언필칭 조직을 내세워 조직에 참된 말을 한 동료를 흔히 있는 불평불만자로 폄훼하는 언동을 취하면서 이를 기회로 자신은 조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인양 상사나 동료에게 은연 중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 시키는 온당치 못한 일 또는 그런 사람으로 정의된다.

즉 의인(義人)이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롭지 못한 사람이 조직을 내세워 의인의 행동을 저격하거나 이를 기회로 자신의 충성심을 각인시켜 보려는 그릇된 작술을 빗대 조직팔이라 한다. 이런 유형의 조직팔이행태는 검찰이나 경찰, , 지방자치단체, 1인 체제의 부도덕한 기업, 모호한 활동을 하는 협회 등 비교적 폐쇄성이 강한 조직 내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조직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은 무조건 입 다물어야 한다는 위선적 충성 논리가 그들의 기본적 사고(思考).

그 대표적인 예가 안태근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와 또 다른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임은정 검사,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한 안미현 검사 등에 대한 조직 안팎의 음해 내지는 폄훼의 진원이 조직팔이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말이 관측이지 지금 나돌고 있는 피해 검사들의 업무실적이나 용모·복장, 처세, 평소 언동 등을 외부인이 어찌 알 수 있나. 문제의 본질과 다른 이런 류의 것들이 어디서, 왜 흘러 나오는 것일까. 그것도 사실이 심히 왜곡되거나 변질된 채. 이는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일로 결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필자도 25년 넘게 정보경찰로 공직생활을 하면서 각계 조직팔이들의 영혼없는 뒷담화와 그 입놀림들을 분석하는 경험을 해봤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조직팔이에 의해 조직이 안정(또는 화합)되거나 그들에 의해 조직이 바로 서고 번성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조직의 혁신과 전진은 언제나 그들이 아닌 의인(義人)에 의해 이루지고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혹 공조직은 물론 여러 사조직에서 조직팔이역을 하며 조직의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량한 조직원을 괴롭히는 일을 방임하거나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래의 메시지가 주는 의미를 새삼 새기며 다시 한번 주변을 살펴보는 일이 절실해 보인다.

- “나에게 일어난 불의와 부당을 참고 견디는 것이 조직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드러내어야만 이 조직이 발전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됩니다”(서지현 검사).

- “조직을 사랑한다면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다면 몸부림쳐 봐야 하지 않겠나”. “괴물을 잡기위해 검사가 됐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괴물이구나 싶었다”(임은정 검사)

- “
검사직과 명예를 걸고 양심선언을 하는 것이니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논란으로 본질이 흐려지지 않길 원한다”(안미현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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