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戊戌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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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戊戌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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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0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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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이다.

무(戊)는 10간(十干) 중 5번째로 그 색은 <누른색>이다. 술(戌)은 12지(十二支) 중 11번째로 <개>이고 시각은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방위는 서북(西北)이며 그 색은 역시 누르다. 그러므로 무술(戊戌)은 <누른 개>의 해가 된다.

개의 속성은 짖고 물며 이로써 지키는 것이니 분쟁과 폭력이 성한 그 기질이 드러나는 해다. 실제로 역사에 나타나는 <무술년(戊戌年)>은 분란과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398년 광개토대왕은 신라를 복속하였고, 638년에는 이슬람이 예루살렘을 함락시켰다.

698년 오랜 투쟁 끝에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하고, 878년 알프레드가 잉글랜드를 통합하였으며, 1178년에는 묘청이 일으킨 서경의 반란이 진압되었다. 몽골군이 황룡사를 불태운 것이 1238년, 몽골이 충선왕을 폐하고 다시 충선왕을 세운 것이 1298년, 바티칸이 헨리 8세를 파문하여 종교분쟁을 극대화한 것이 1538년,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것이 1598년, 조선군이 중국에 파견되어 러시아와 전투를 벌이는 것이 1658년이다.

가장 번잡하였던 무술년은 1898년이다. 이 해에 미국과 스페인 간에 전쟁이 발발하여 쿠바, 필리핀 등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하와이 왕국이 멸망하여 미국에 합병되었고, 파쇼다 사건이 발생하여 아프리카, 중동, 인도 식민지를 놓고 영국과 프랑스 양 제국주의 국가는 본격적인 분쟁에 돌입한다.

중국에서는 무술정변이 일어나 캉유웨이 등이 전개해온 변법(變法)운동이 좌절되며 청은 본격적인 쇠락 단계에 접어들고 중국 혁명의 두 풍운아 장쉐량(張學良)과 조우언라이(朱恩來)가 이 해에 같이 태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흥선대원군이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하고 있으며 만민공동회가 열려 개혁을 향한 조선민중의 열망이 분출하였고 백정(白丁) 박성춘(朴成春)이 그 자리에 등단하여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는 쾌거가 있었다. 그리고 동학의 2세 교주 최시형이 죽은 해도, 독일 통일의 주역 비스마르크가 죽은 해도 바로 1898년 무술년의 일이다.

저무는 한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으며 우리 민족은 서로를 축복하고 행운을 기원하는 풍습을 오래 지켜왔다. 소박한 식탁을 나누고, 겸손히 절하며, 오순도순 모여 앉아 한해의 복운과 강녕(康寧)을 기원하는 아름다운 아침을 공유해 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전쟁의 흉흉한 공포와 어지러울 대로 어지러워진 사회 질서 속에 역사상 전쟁과 혼란으로 점철된 무술년 새해를 맞으려 한다.

스스로를 다스리고 스스로 발전시켜(莊敬自强),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이 대처하라(處變不驚). 우리 안에 부조리와 불법과 불신을 거두어내고 모두가 하나 되어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 그래서 불안과 혼란을 희망과 비전으로 바꾸어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새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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