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늘이 높아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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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늘이 높아지는데
  • 관리자
  • 승인 2017.10.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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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잘못 이해하고 사용하는 여러 한자 성어 중에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있다.

가을이 다가오면 천고마비의 좋은 계절을 맞이하여등의 용례로 흔히 사용되는 이 말은 아마도 풍요롭고 먹을 것이 넉넉한데다 쾌청한 하늘처럼 날씨와 기후도 알맞은정도의 의미로 쓰여지는 듯하다. 많은 경우에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라는 뜻대로 말이 살찔 정도이니 사람은 하물며 먹을 것이 얼마나 풍족한 시절인가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몇 가지 패턴 중에 농경민족인 한족(漢族)과 북방의 유목민족의 대립이라는 구조가 있다. 실제로 중국사는 농경민족과 유목민족인 흉노(匈奴), 돌궐(突厥), 동호(東胡), 거란(契丹), 여진(女眞), 몽골(蒙古)이 교대로 중원을 장악하여 왕조를 세우고 흥망(興亡)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장성을 경계로 나누어진 이 두 유형의 종족은 선사 이래로 전력을 다해 다투고 싸워왔다.

농경민족은 경작하는 토지를 포기할 수 없고, 유목민족은 부족한 식량을 약탈할 농경지가 필요했다.

결국 한족이 봄, 여름 내내 땀 흘리며 가꾸어 낸 수확물을 지키느냐, 탈취하느냐의 문제가 근본적인 분쟁의 원인이었다. 풍요롭게 익어가는 가을 들판을 바라보며 농민들은 이제부터 들이닥칠 한바탕의 피바람 냄새를 맡는 것이었고 그 전조가 바로 높아진 하늘이었다. 여름 내내 초원에서 풀을 먹여 비육한 말을 타고 오랑캐가 쳐들어 올 것이었다.

그러니 천고마비하늘이 높고 말은 살찐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높아졌으니 말이 살쪘겠구나라고 새겨야 한다. 오랑캐가 쳐들어 올 때가 됐으니 전쟁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혀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조국의 가을은 풍요롭고 아름답다. 여기에 이르도록 온갖 역경과 곤고를 극복하고 굶주린 허리띠를 졸라매며 이 나라를 가꾸어 온 선인들의 땀과 눈물이 비로써 아름다운 보람으로 결실한 것이 아닌가?

또 미사일을 쏘고, 또 도발을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저들의 무슨 당 창건일이 어떻고 자신들을 무조건 편들어 주지 않는 중국이 섭섭하고 그래서 다시 또 도발을 한단다.

그렇게 하늘이 높아지고 있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교섭과 평화 호소는 비굴한 굴종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적의 말이 살찐 것을 염려하거든 우리 말도 살찌워야 하고, 적이 칼을 벼리고 있거든 우리도 더 날카롭게 칼을 벼려야 한다. 그것이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역사는 우리에게 명명백백하게 교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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