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사상과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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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사상과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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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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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기 논설위원·신한대 공법행정학과 교수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사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이데아론이다.

인간은 어두운 동굴에 있는 죄수와 같아서 사물의 희미한 그림자만 볼 뿐, 참다운 진리를 보지 못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동굴 밖으로 나와야만 사물의 참다운 모습을 볼 수 있고, 비로소 이데아(Idea, 이념)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데아는 개별적인 사물이 소멸하더라도 없어지지 않고 존속하는 불멸의 원형이며, 개별자들이 실천해야 할 이상이라고 한다. 특히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각각의 이데아가 있는데, 그 중 최고의 이데아는 이데아의 이데아, 선의 이데아라고 주장하였다. 태양이 만물을 키우듯 선의 이데아는 전체 세계를 지배하는 이성이라는 것이었다.

플라톤 사상에서는 영혼론과 윤리학과 국가론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먼저 인간의 신체는 머리, 가슴, 배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들이 행하는 영혼적 활동은 이성, 의지, 욕망이다. 이들 영혼이 추구하는 덕은 지혜, 용기, 절제이며, 이 덕들이 모두 혼합되어 정의를 이룬다고 한다. 플라톤은 국가에도 이에 상응하는 세 계급이 있다고 한다. 머리 부분에는 지혜가 탁월한 통치 계급이, 가슴 부분에는 용기 넘치는 무사 계급이, 배 부분에는 절제심을 가져야 할 생산 계급이 있다고 한다.

이런 예를 들면서 개인의 육체적 건강은 신체의 세 부분이 각자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때 달성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영혼의 내적 평화는 각 영혼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며 분수를 지킬 때 가능하다고 한다. 국가의 정의도 각 계급들이 서로 침해하지 않고 자기 역할에 충실할 때 달성된다고 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인간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영혼의 세 부분이 조화를 이루며, 나아가 국가 안에서 자신 계급에 맞는 역할을 충실히 행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플라톤은 세 부분 중에서 머리 부분을 가장 중요시하였다. 국가운영도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통치 계급을 금() 계급으로 비유할 정도로 중시하였다. 이 계급은 이상 국가를 실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치계급에 정치인뿐 아니라 철학자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유는 철학을 아는 자가 현자(賢者)로서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

그의 사상은 관념론적 이상주의적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개별적 존재인 인간들 중심의 민주주의에 반대하고, 뛰어난 능력 소유자인 철인에 의한 정치를 지지하였다. 또한 감성보다는 이성에 의존하는 윤리적 국가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한마디로 뛰어난 능력자인 철인에 의해 이성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며, 국가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형태를 이상으로 삼았다.

오늘날의 잣대로 보면, 플라톤 사상은 지나치게 국가위주의 통치와 계급적 사상을 갖는 등 여러 가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또한 철학자와 통치자를 같은 반열에 올리는 명확한 이유와 근거도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중세시대까지 많은 각광을 받았던 그의 사상은 르네상스 이후에는 그다지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
개별적인 인간 자체를 존중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은 여전히 여운을 진하게 남기고 있다. 특히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서 각자의 역할을 강조한 점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계급의식에 얽매인 역할론이 아니라, 자신의 현 위치와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로 재해석해야 한다.

그가 제시했던 이데아, 국가정의 실현을 위해 모두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이상과 실천의 조화, 그것이 사회와 국가발전, 나아가 개인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역할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가끔은 나 자신의 역할이 이에 부응하고 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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