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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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힘
  • 관리자
  • 승인 2017.09.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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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미국 하버드의과대학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인간이 기억하는 사실은 영원하지 않고 세월에 따라 변한다고 하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약 34%의 대상자가 자신은 포탄 공격을 받았다고 했으며, 25%의 대상자는 적군을 사살했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42년 후 같은 군인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해보니 포탄 공격을 당했다는 대상자는 약40%로 늘어났고, 적군을 사살했다는 대상자는 약 14%로 감소했다고 하였다.

이는 사람을 죽였다는 괴로운 자책감을 회피하기 위하여 망각이라는 장치를 작동시켜 자기 자신을 보호한 것이다.

진료실에서 내원자들을 접하다 보면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의외로 부적절한 기억을 오랫동안 하게 되어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자신이 피해를 입었거나 상처 받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기록까지 해 놓고 잊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또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당하지 않으려는 현실적 주의(realistic attention) 이외에는 과감히 과거에서 눈을 떼고 앞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의 힘든 기억은 뇌의 자정 작용으로 서서히 희석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반복하는 것을 더욱 강하게 기억하는 속성이 있으므로 가급적 부정적인 과거의 그림자는 시간의 흐름에 떠맡기고 미래의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상상을 자주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길다고 할 수 있는 인생에 있어서 본의 아니게 겪게 된 아픈 기억들은 긴 인생의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인식하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일부 썩은 부분 때문에 전체 사과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상처 난 부분을 받아들이고 그 나머지 사과 부분을 잘 보존하여 키워 나갈 것인가? 이는 어렵지 않은 질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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