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탄핵과 아테네의 도편추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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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탄핵과 아테네의 도편추방제
  • 최종팔
  • 승인 2017.04.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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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팔 의정부시 재향군인회장


최근 탄핵정국은 급기야 대통령이 탄핵 및 구속되고 국론은 분열되어 국가는 혼란 상태에 빠졌다. 이러한 탄핵제도는 독재를 방지하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탄핵은 국가 최고지도자의 권력을 빼앗고 권력의 공백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이란 민주주의에서 권력의 독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며 고대 아테네에도 있었다. 직접 민주주의를 실시한 아테네에서는 이를 도편추방제라고 하였다.


도편추방제란 추방하고 싶은 정치지도자의 이름을 도자기 파편에 써서 투표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민회에서 과반수의 찬성만 얻으면 10년 동안 국외로 추방하게 되고 당사자는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으며 10일 이내 외국으로 떠나야 했다.


아테네는 직접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일반시민이 국정에 참여했다. 당시 아테네의 투표 가능한 숫자는 평균 1만 명 정도가 되었으며 찬성을 얻으려면 6000 개의 도자기 파편이 필요하였다고 한다.

독재를 방지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이러한 도편추방제를 아테네의 정치인들은 이를 악용하여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정치적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여 민주주의를 쇠락하게 하고 결국은 아테네를 빨리 멸망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당시 아테네 상황을 소개하면 보수파와 민중파로 양분된 정치상황에서 보수파의 영수인 아리스티데스가 도편추방을 실시하는 민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어느 시민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미안하지만 저는 글 몰라서 그러는데 이 도자기 파편에 아리스티데스라고 써주시지 않겠습니까? 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아리스티데스가 무슨 나쁜 짓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아뇨 나는 그 사람의 얼굴도 모르지만 여기저기서 그를 하도 위대한 인물이라고 말을 많이 하여 진저리가 나서요하고 대답했다. ‘아리스티데스는 도자기 파편에 자기 이름을 써서 그 시민에게 주었고 그는 추방당하게 되었다.

추방 후 3년 만에 페르시아가 아테네를 침공하는 유명한 페르시아 전쟁이 발발하자 그를 다시 아테네로 불러와서 민중파의 영수인 테미스토클레스총사령관을 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페르시아 군을 물리치자 이번에는 보수파가 정권을 잡고 민중파의 영수이자 페르시아 전쟁의 총사령관인 테미스토클레스가 도편추방을 당하였다.

한편 아테네에서는 다시 민중파가 정권을 잡고 보수파의 영수인 키몬을 추방하게 된다. 이렇게 끊임없이 도편추방제를 악용하여 오다가 이번에는 스파르타와 아테네가 전쟁을 하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나자 도편추방제는 중단하게 되었지만 이미 아테네는 쇠락하여 스파르타에 항복하게 되고 스파르타의 요구에 의해 민주주의는 중단되고 말았다.

또한 스파르타의 요구에 의해 아테네의 성벽 철거를 요구하자 성벽 파괴를 즐거운 축하행사라도 되는 것처럼 풍악을 울리면서 아테네의 자유가 시작되는 날인 것 같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 날이 아테네와 그리스 전역의 자유와 독립이 사라지기 시작한 날이 되었다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보자. 이제 한국도 탄핵의 길이 열리게 되었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고 시민적 덕목은 경시되고 무절제와 방종으로 치닫는 다중의 정치로 흘러가는 중우정치가 판을 치게 되었고, 탄핵을 정적제거에 악용한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앞으로 박근혜 잣대로 들이 되면 어떠한 대통령도 탄핵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외신기자클럽의 전 회장인 마이클 브린은 한국의 민심이 너무 강하여 허약한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의 쇠락을 가져 오고 어두운 미래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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