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허(虛)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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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허(虛)하다고요?
  • 이지현
  • 승인 2017.03.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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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정담은한의원 원장


한의원에 가면 종종 듣는 말 중 하나가 ()하다는 이야기이다. 나이 탓인지 예전만큼 기운이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하다는 말이 막연하게 들리기도 하고 대체 어디가 어떻게 허하다는 건지 궁금하게 마련이다.

한의학에서는 두 가지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강약(强弱)’, ‘냉온(冷溫)’, ‘흑백(黑白)’ 과 같은 경우처럼 말이다.

한의학에서 흔히 언급되는 음양(陰陽), 한열(寒熱), 표리(表裏), 허실(虛實) 이러한 말들 모두가 두 가지의 상반되는 개념들을 짝을 지어 부르는 말들 중에 하나이다.

이중 허()하다는 것은 실()하다는 개념과 짝을 이루는데 어감에서 알 수 있듯이 허()하다는 것은 부족하고 약하다는 것을 말하고, ()하다는 것은 충분하고 충실한 것을 말한다. 대개 허()하다는 표현은 우리 몸의 좋은 기운이 부족할 때 쓰는 편이다.

예를 들어보자. 자주 감기에 걸리고 독감, 수족구병 등이 유행만 하면 어김없이 걸리는 어린자녀를 둔 경우, 매번 추운 날씨나 유행병 탓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추위나 전염병 탓도 있지만 내 몸에서 질병을 방어해낼 저항력이 부족한 탓이다. 정기(正氣, 건강을 유지해 주는 좋은 기운, 면역력)가 허()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예전엔 이렇게 추위를 탄 적이 없었는데 나이가 드니 한기(寒氣)를 많이 느낀다는 어르신들이 많다. 따뜻한 기운인 양기(陽氣)가 허한 것이다. 우리 몸의 보일러가 예전만 못하게 되면서 양기(陽氣)가 허()하게 된다.

하지만 ()’하다고 해도 똑같이 허()한 것은 아니다. 세상에 완벽한 건강상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누구나 다 ()’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사람마다 취약한 장부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소화기가 약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호흡기가 약해서 잦은 감기로 고생하거나 기침을 달고 사는 경우도 있다. ·골격계가 약해서 여기 저기 통증을 느끼거나 자주 쑤시고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마음이 심약해서 자주 두근거리거나 긴장을 자주하고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있다. ()하다고 해도 다 똑같이 허()한 것은 아닌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治未病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스릴 치(), 아닐 미(), 병 병(). 병이 아닌 것을 치료 하라니 의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말의 진짜 의미는 아직 병이 되지 않았을 때 미리 알아내서 치료하라는 것이다.

큰 병이 이미 발병하고 나면 치료과정도 어렵고 후유증이 남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병이 되기 전에 미리 내 몸의 작은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나 ()’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허약한 부분을 미리 알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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