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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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丁酉年)
  • 홍정덕
  • 승인 2017.01.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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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2017년은 간지(干支)로 정유(丁酉)년이다. ()는 닭이요 정()은 남방(南方)이니 곧 붉은 색에 배정되어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가 된다.

닭은 인류와 가장 오래 동반해 온 친밀한 가축인 동시에 그 머리에 달린 볏은 곧 벼슬, 즉 문관(文冠)을 의미하고 갑옷에 쌓인 날카롭고 사나운 발은 무용(武勇)을 뜻하며, 새벽마다 홰쳐 울어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의, 병아리를 노리는 매와 더불어 용감히 싸우는 용맹(勇猛), 늘 무리를 이루어 먹이를 찾되 서로 다투지 않는 인애(仁愛), 즉 문, ,, , 용의 5덕을 두루 갖춘 상서로운 동물이기도 하다.

술을 의미하는 <()>와 병을 고친다는 뜻의 <()>, 우유를 뜻하는 <()>, 된장, 간장을 의미하는 <()>, 식초를 의미하는 <()>이 모두 유()변에 속하니 모두 닭에서 비롯되었음이요 이 모든 살림을 주관하는 아내, 즉 주부 역시 닭의 부수인 유()에 속하는 <()>인 것이니 우리 삶 안에 차지하는 닭의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겠다.

닭의 위풍당당한 외모에서 유추해 낸 상상의 동물이 곧 봉황이니 동방 군자의 나라에서 나와서 사해의 밖을 날아 곤륜산을 지나 지주(砥柱)의 물을 마시고 약수(弱水)에 깃을 씻고 저녁에 풍혈(風穴)에 자는데, 이 새가 세상에 나타나면 천하가 크게 안녕하다고 한다. 이 새를 우리나라 대통령의 문장(紋章)으로 사용한 것은 바로 봉황이 중국의 동방 즉 우리나라에 사는 상서로운 길조임과 동시에 이 새가 나타나면 정치가 바로잡힌다는 의미를 두루 함께 포함한 것이리라.

남방을 뜻하는 붉은 색은 곧 불()이니 불은 왕성함이며 소재(消災), 즉 재앙을 소멸함이며, 등명(燈明), 즉 어둠을 걷어 감이며, 온난(溫暖), 곧 추위를 이길 따사로움이니 올해 정유년 붉은 닭의 해는 국운이 왕성해지고 국민 모두의 살림이 펴져, 밝고 따뜻한 한 해가 되어지이다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역사상으로도 정유년은 왜군이 임진년에 이어 다시 우리나라를 침공한 전쟁의 해이기도 하다. 현재의 시국을 걱정해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랜 우리나라 풍속에 어머니들은 가장 귀한 잔치상, 대접상이면 반드시 닭을 올렸다. 사위가 오면 달걀을 낳는 가장 귀한 암탉을 잡아 주었고, 가장의 생일상에, 명절 음식상에 빠짐없이 닭요리를 준비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다리는 힘쓰는 가장에게, 가슴살은 든든한 아들에게, 목은 노래 잘하라고 딸들에게, 바람나면 안되니깐 날개는 남편 못 먹게 하고 자기 자신이, 그렇게 나누며 그 국물에 밥 말아, 국수 말아, 죽 끓여 식구 모두에게 차려지는 가난하지만 풍성한 잔치를 준비하곤 했다. 올 한해 우리나라는 그렇게 단란하고 풍요롭고 맛깔나는 식탁처럼 단합되고 화해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하필 정유년 이 닭의 해를 맞으며 조류 독감으로 수천만 마리의 닭을 매몰 처분한다고 한다. 조심스럽고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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