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의 땅이름-48) 남근봉(男根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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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의 땅이름-48) 남근봉(男根峰)
  • 김추윤
  • 승인 2016.12.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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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윤 신한대 중앙도서관장·논설위원


의정부시 민락인터체인지 북쪽에는 낙양동이 있다. 낙양이라는 지명은 태종의 총애를 받던 조말생이 곤제마을에 자리를 잡고 서울 원남동에 집이 있었는데 이곳에 꽃동산을 곤재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하루는 무학대사가 이곳을 들렀다가 이것이 마치 중국의 낙양과 같다하여 낙양화원이라고 이름 지은 데서 유래했다 한다.

그런데 이 낙양동 도둑골의 오른쪽에 봉우리가 하나 있는데 남근봉 이라고 부르고 윗쪽에 있는 골짜기는 여근곡(女根谷)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를 비유하여 남근석이나 남근봉() 및 여근곡으로 이름 붙여진 곳은 전국에 많다. 대개 남녀 한쌍으로 취급하여 들어가는 입구 계곡은 여근곡, 뒤쪽의 봉우리산은 남근산으로 칭하는 것이다. 아니면 동네 입구에 남근석이라하여 남자의 생식기를 돌로 다듬어서 세워 놓은 곳도 전국에 많다.

이것은 우리민족고유 신앙인 남근숭배의 직접적인 신앙물이다. 남근숭배신앙은 인류의 선사시대부터 남자의 성기가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신비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는 원초적인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자손번성이나 종족보존, 그리고 풍부한 생산력의 기원, 제재초복(除災招福)을 위하여 숭배되고 신앙시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예부터 남자의 생식기를 인위적으로 조각하여 세우거나 비슷한 형태의 자연암석을 대상으로 하여 기자(祈子)나 풍년, 풍어, 자손만복 등을 기원하고, 질병이나 악신(惡神)으로부터 자신과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는 것이다.

남근석은 보통 그 형태가 대개 선돌(立石)에다 성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 가장 많고, 때로는 거기에 조각을 가하여 남근과 비슷하게 만들고 있으며, 그 밖에 여성기(女性器) 형태의 암혈(巖穴)이나 암석과 마주하는 곳에 자연암석 상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한국의 성신앙현지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전국 120여개 소의 성기신앙유적이 확인되고 있다. 청동기시대의 경상남도 울주 암각인물화, 신라 토우와 뱃사공토기의 남근, 안압지 출토 목제남근 등 신라시대와 통일신라, 그리고 조선시대 전남 순창의 남근석에 이르기까지 약 2000년의 역사에 걸쳐 있다.

남근석만으로 한정지어볼 때 불리는 명칭은 성기명(性器名)을 그대로 차용해서 붙인 자지바위, 좆바위, 남근석 등이 있고, 은유적 표현을 써서 돛대바위, 삿갓바위, 이 밖에 총각바위, 아들바위, 말바위, 장수바위, 소좆바위, 말좆바위, 기자석(祈子石)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는데 모두가 남성성기와 관련된 이름들이다.

남근석의 위치는 마을을 중심으로 해서 특별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대개 입석의 형태일 경우 마을 입구나 앞에 세워져 마을제사시에 신체(神體)로 받들어지거나 부녀자들이 자식 가지기를 바라는 기원의 대상처가 되기도 한다.

또한 산기슭이나 산정상 등 후미진 곳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암석들도 역시 기자나 개인의 소원성취를 바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들 성기암에 대한 신앙형태는 동제신(洞祭神)의 신체로서 동제 복합문화를 이루고 있으나, 내면적으로 부여되는 의미는 마을의 안녕과 농사풍년, 풍어, 해운안전, 그리고 마을경계, 액운방지, 풍수비보 등 수호신으로서의 기능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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