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칠십고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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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칠십고래희
  • 홍정덕
  • 승인 2016.09.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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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 . 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한국에 연금(年金)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될 때 운영체계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을 65세로 계산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60세에 은퇴하고 약 5년간 연금을 받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하여 연금 납부액과 수령액을 산정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전 세계 역사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였고 이제 바야흐로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게 되었다. 이 초고령화사회를 가장 실감있게 표현하는 말이 바로 ‘100세 시대라는 말이다.

문제는 한국의 사회구조가 이와 같은 고령화 시대에 적응하고 대처할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직장에서 은퇴한 후 노후의 삶을 경영할 구체적인 경제적 능력이 전혀 미비된 채 자식들의 봉양 역시 기대할 수 없게 된 대다수 노인들이 겪고 있는 삶의 애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가장 기초적인 생계조차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 노인빈곤은 문자 그대로 <수즉다욕(壽卽多辱)>, 즉 오래 사는 일이 더는 축복이 아닌 상황으로 노인들을 몰아가고 있는 슬픈 현실이 되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친구 누군가가 환갑잔치를 한다고 청첩을 보내오면 모두들 한 소리를 늘어놓곤 하였다. 지금이 어느 땐 데 새파랗게 젊은 녀석이 환갑잔치를 하느냐? 친구들의 돈을 빼앗아 먹을 일이 그렇게 없느냐? 하며 흉이 늘어졌고, 결국 그 잔치에 마지못해 참가하면서도 그리 썩 유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환갑은 제 식구들끼리 조용히 치르거나 그냥 넘어가고 하다못해 칠순은 되어야 무슨 잔치를 차려도 차릴 일이지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금씩 풍조가 달라지고 있단다. 이제는 다시 <환갑>잔치를 치르는 쪽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슨 이렇다. 70살이 되면 벌써 친구 중에 이런저런 이유로 죽는 사람이 있어 그 때까지 잔치를 미룰 일이 아니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70이면 다들 경제력이 없어서 마음 놓고 부조하기가 어려우니 능력 있을 때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슬픈 세태를 반영한 씁쓸한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은 ‘70세가 되도록 사는 일은 예로부터 참 드문 일이다라는 뜻으로 7순을 맞는 이를 축복하는 어구(語句), 실제로 이에서 <7순연><고희연(古稀宴)>이라 칭하게 되는 어원(語源)이 되는 말이다.

이는 당나라 시성(詩聖) 두보(杜甫)곡강(曲江)’시의 한 구절로 앞의 구절과 이어지는 대구(對句)인데 그 앞 구절은 <주채심상행처유(酒債尋常行處有)>이다.
해석하면 가는 곳 곳곳 마다 술빚은 의례 있고이니 이로써 전체를 이어 해석하면 여기 저기 술 외상 값을 쌓아 가며 허렁허랑 참 오래도 살았구나!’라는 의미이다.

오래 수()를 누리니 얼마나 복되신가? 라는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전란은 계속되어 윤리, 강상은 땅에 떨어지고, 두보 본인의 삶 역시 가난과 핍박을 면하지 못하는 비참한 상황을 한탄하여 읊은 시귀이니 결국 정확한 의미는 오래 살아 이 욕된 세상을 아울러 오래 겪는다는 뜻이니 <고희연>에다 갖다 붙여 쓸 말은 아닌 듯하다.
오늘의 장수(長壽), 고령화 시대의 대다수 노인들이 겪고 있는 시린 풍상(風霜)이 여실(如實)한 듯하여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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