肝(간)·膽(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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肝(간)·膽(담) 이야기
  • 김경택
  • 승인 2016.08.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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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논설위원·경희수한의원 원장

공포영화를 볼 때나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깜짝 놀랐을 때 사람들은 간이 콩알만 해졌다’, ‘간 떨어질 뻔했다이런 표현들을 많이 쓴다. 흔하게 쓰이지만 어디서 이런 말들이 나온 것인지 아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말들은 한의학적 개념이 민중들에게 통속화 된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臟象學說(장상학설)이라는 이론이 있는데, 이는 인체 각 내장의 해부, 생리, 병리와 병을 치료하는 원칙 등 많은 방면을 포괄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인체 각 장부의 기능을 인간의 사회 조직 기능에 비유하여 질병을 파악하고 치료에 적용하는 학설이다.


간은 장군에 비유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간은 五行(오행)적으로 목()에 배속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목이란 봄의 기운이다. 좀 더 풀어 설명하면 한겨울의 혹한을 견뎌내고 봄에 아직까지 녹지 않은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의 기운이다.


장군에 비유되는 간은 생리적으로 두루 통달하기를 좋아하고 상승과 움직임을 주관한다. 이러한 성질은 간이 인체에서 마치 장군과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장군을 연상케 하는 단어인 분노, 지략, 용맹, 용기 등이 다 간과 관련 있다.


예를 들어 간에 병이 든 사람은 화를 잘 내고 상당히 신경질적이 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간이 크면 아주 용맹스럽고, 겁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라는 표현이 있다. 반대로 간이 작으면 겁쟁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간이 콩알만 해지다’, ‘간이 떨어지다는 장군과는 반대의 성질을 적용하여 표현한 것이다.

더불어 담에 관한 속담도 간의 의미와 유사하다. 간과 담은 해부학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장기이고, 담 또한 목의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담은 中庭之腑(중정지부)이고, 결단이 나온다고 하였다. 여기서 중정이란 사물의 정확한 판단과 결정에 관여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담하다’,’담력이 크다’, 여름에 흔히 하는 담력훈련이나, ‘쓸개 빠진 놈등의 표현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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