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티와 데칼코마니,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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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티와 데칼코마니, 대한민국
  • 신희주
  • 승인 2016.07.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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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


신문마다 대부분의 지면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티)에 할애하고 있다. 결국 유럽연합(EU) 잔류 여부에 관한 찬반투표에서 영국은 소위 영국의 발전을 위해 영광의 고립을 선택했다.


투표결과, 탈퇴와 잔류의 비율은 51.9 : 48.1, 차이는 겨우 3.8%. 19941월부터 EU로 명명된 이후 영국이 유럽연합과의 동행을 더 이상 함께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 결과는 아나키 속 힘의 논리를 떠나 세계의 평화를 유지할 수도 있다던 국제정치학의 한 시각을 뒤흔들었다. 경제영역을 시발로 기능주의론, 상호의존론, 제도주의론 등으로 발전하며 국가간 평화를 꿈꾸던 자유주의 패러다임과 현재는 구성주의 담론까지 어우러져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던 국제정치학의 논의에서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전제부터 비판의 대상이던 자유주의 패러다임의 행위자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가?

특히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평화, 안전, 자유를 위해 공생을 꿈꾸던 윈스턴 처칠의 희망 역시 나 아니면 안 된다라는 영국이 오랫동안 패권국으로서 가졌던 기억의 부활로 사라졌다.


혹은 함께 있으면 좀 유리할까 싶어 동행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더 많은 것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슬그머니 꽁지를 빼는 패거리 안의 기회주의자였다. 지나친 비약일까?

한 국가 안에서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계층간 갈등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아무리 문화와 역사를 공유한 공동체라고 해도 개개인의 이익을 나눠야 하고 그로 인해 당장 내가 손해 본다는 생각에 이른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수가 당위적인 미래와 대의만을 바라보며 동참할 수 있을까?


게다가 각국의 다양한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가 그 행위자라면 난민, 테러, 국가간 불평등 등의 문제들과 마주했을 때, 그들의 안위를 염려하는 정부가 얼마나 자국민을 설득해낼 수 있을까?

이번 영국의 투표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고등교육을 받고 고소득자들은 EU에 잔류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저학력, 저소득자들은 브렉시티에 찬성했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공생의 가치를 아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 당장 내 것을 내어줄 능력과 의사가 부족한 이들이 다수로서 결정하게 된 다음세대의 미래. 이상하리만큼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와 오버랩 된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최우선이라 현실과 끊임없이 타협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언젠가는 문제가 될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지금 당장은 조금 더 이익이 될 듯하고, 또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에 회피해오거나 반대표를 던져왔던 우리네 모습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당장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사건, 미세먼지문제, 공공사업의 민영화, 구조조정 등. 각종 미사어구로 포장되어 주위에 산적한 이들 문제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찾고, 또 작은 실천이라도 동참하려는 우리에게만 미래의 기회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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