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이 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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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이 준 자유
  • 서기원
  • 승인 2016.07.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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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의정부 의료원 원목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신은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고, 보기에 좋았다고 하였다. 만약 신이 좋게 세상을 창조했다고 한다면, 이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할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의 문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이 문제를 인간의 자유의지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을 창조할 때 신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주었다. ()은 단지 이러한 인간의 자유의 결과일 뿐이다. 신은 세상을 선()하게 창조했고, 그 안에서 인간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했지만,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악과(善惡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는다. 이때부터 세상에 악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창세기에서 인간은 신의 명령을 따를 수도 거부할 수도 있는 자유로운 존재이다. 그런데 이 자유 행사의 결과로 인간은 에덴동산으로부터 추방된다. 이후 신은 인간이 자유로운 결단을 통해 신에게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창세기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 대한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전통적인 해석에 따르면 뱀은 아담과 이브를 타락하게 한 사탄이다. 뱀은 아담과 이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희가 신처럼 되리라(eritis sicut deus)” 너희가 선악과를 먹게 되면, 선과 악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너희가 신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에른스트 블로흐(E. Bloch)는 인간은 자유를 행사할 때 비로소 인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신은 진정으로 인간의 자유를 원하는 신이 아니라, 복종만을 원하는 신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언제나 신에게 복종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한, 인간은 결코 인간다운 자율적 주체가 될 수 없고, 신의 노예에 불과하다. 따라서 선악과를 따먹은 것은 결코 타락이 아니다.


자유는 기본적으로 선택의 자유이다. 그런데 이 선택의 자유는 서로 다는 지향점을 가진다. 하나는 신앙을 통해 복종할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규제와 억압에 저항할 자유이다. 신과 인간,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아버지와 자녀들, 지배질서와 새로운 질서, 기성세대와 신세대는 각기 다른 자유를 기대한다.


한 쪽은 순종과 복종을 통해 진정한 자유가 성취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한 쪽에서는 저항할 때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가 성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란 언제나 억압(고통)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신 안에서 이외에는 참된 자유와 안식을 얻을 수 없다고 한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스스로 저항할 때라고 말한다. 어떤 자유가 진정한 자유일까? 신이 인간에게 준 자유는 어떠한 자유일까? 오늘 우리는 어쩌면 유대교인들이 믿었던 율법의 신, 뱀을 만나기 전 아담과 이브가 믿었던 신을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현대인들은 교회에 갇혀 버린 신을 숭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는 세상 맘몬()의 신을 섬기며 고통 가운데 살아가면서 참된 안식과 평안을 주는 교회 안의 신을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신이 인간에게 준 자유는 어떤 자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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