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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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한약
  • 김경택
  • 승인 2016.05.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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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경희수한의원 원장

환자를 대하면서 자주 듣는 소리 중 하나가 암에 걸렸던 사람은 한약을 먹으면 안 된다?’ 라는 소리이다. 내가 환자들에게 왜냐고 물어보면 암덩어리가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대화는 종종 필자를 당황스럽게 하지만, 이는 한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상황을 살펴보면 일본은 의사가 한약, 양약을 다 처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의사들은 한약을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다.

일본 내 주요 암치료 병원 124곳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설문조사 결과에는 92.4%가 한약 처방 경험이 있고, 이 중 73.4%는 암치료와 관련된 목적으로 처방했다고 한다. 암 환자의 한약 처방은 항암치료의 부작용 완화, 삶의 질 향상 등에 상대적으로 높은 기여도를 갖는다고 한다.
중국은 중의(中醫)와 서의(西醫)로 나뉘어 있으나 제도적으로 중약(한약)과 서약(양약)을 같이 투여할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중약의 처방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천연물신약에 해당하는 중성약은 서약(양약)과의 투여비율이 44.5 : 55.5로 거의 비슷한 정도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위생부 북경의원의 처방분석에서 중성약의 쓰임을 보면 심혈관계질환제제가 가장 많이 쓰이고, 두 번째가 항암제라고 한다. 이처럼 중국도 다양한 질환에 중성약(한약제제)을 처방하고 있다.
한약은 단순하게 처방되지 않는다. 개개인에 따라 개별 질환에 따라 다양한 처방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보약이라고 하는 것도 처방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다.

또한 양약이 항생제, 소화제, 소염진통제, 해열제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처럼 한약도 다양한 질환별로 처방을 한다. 즉 한약을 먹는다고 해서 무조건 똑같은 보약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몸의 상태마다 다르게 처방된 약을 먹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질환을 치료하는 한약도 증상에 따라 들어가는 약재가 다른 것을 복용하는 것이다.
필자가 안타까운 점은 잘못된 이해로 무조건 한약이 안 좋다는 오해이다.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는 한약을 단순히 시장에서 누군가가 어디에 좋다고 한 약재를 사다가 끓여서 먹는 것과 동일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우리나라는 의료체계가 한-양방 이원화되어 종종 논쟁이 발생한다. 하지만 한의사든 양의사든 환자의 상태를 좋게 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목적에 벗어나지 않고,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협력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自明)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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