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alpha go)와 국회의원
상태바
알파고(alpha go)와 국회의원
  • 서기원
  • 승인 2016.03.29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기원 의정부의료원 원목


알파고와 국회의원은 두 가지 점에서 닮아 있다. 한 가지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할 것인가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점과 어떻게 하면 주어진 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까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점에서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알파고는 기계이고, 국회의원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알파고는 최근에 이세돌 9단과의 바둑으로 유명해졌다. 인공지능 연구의 성과를 실험해 보기 위해 시도된 최근의 바둑 대국은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이러한 알파고와 닮은 국회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 자신들의 승리로 끝낼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설사 승리한다고 해도 그 승리가 진정한 승리인지는 두고두고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일 것이다.
바둑으로 비유하자면, 현재의 국회의원들은 포석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 포석의 지점을 두기 전에 경상도로 향할 것이냐 전라도로 향할 것이냐를 먼저 신중하게 장고해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장차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데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이러한 이점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기반의 상징적 인물에 기생하는 수밖에 없다. 지역 기반의 인물을 중심으로 진박이나 친박이냐 친노냐 하는 물음은 이러한 차원에서 나온다.
한국정치의 불행은 여기에서 나온다. 자유로운 개인의 의견이나 민생에 대한 대안 등으로 정치 현장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이름에 기대어 자신의 힘을 최대화 하려고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핵심인 국민의 의견이나 정책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실상 유권자 중 아무도 여당과 야당의 정책의 차이에 대해서 모른다. 또 그 차이를 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정책의 차이에서 오는 정책실현의 효과를 체감한 적도 거의 없다. 그러니 유권자들은 4년 마다 돌아오는 선거철이 되면 회의주의자가 된다.

어느 누구에게 마음을 줄지 결정하지 못하고 정치 자체에 회의하다가 막상 선거일이 다가오면 자신이 늘 해오던 습관대로 후보자를 선택한다.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의 정치는 매번 민주주의의 시험대 한복판에서 매순간 민주주의의 몰락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4년 마다 선거철이 되면 누구를 중심으로 모여야 유리할 지를 궁리하느라 불안한 모습들을 보인다. 지금 현재의 공천정국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둘러싼 중생들의 불안 증상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혼자 무소속으로 나오면 떨어진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한국 정치 역학상, 무소속은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역학 구도를 해체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차이점은 기본적으로 똑같이 이기기 위한 게임에 마주했으면서도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는데 있다. 알파고는 아무 생각 없이오로지 이기는데 몰두하지만, 이세돌은 뭔가 생각하며게임에 임한다.
국회의원들은 한국 정치 게임의 지형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생각을 하거나, 그때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여유 있게 게임에 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알파고와 닮아 있다. 그러니까 그들은 다른 생각의 여지를 두지 않는 기계들과 다를 바가 없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이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명예획득에 최적화 된 알고리즘(algorism)일 뿐이다.
알고리즘의 승리는 결국 인간에게는 불행이다. 이른바 생각 없는인공지능이 지배하는 포스트 휴먼(post-human)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의 승리는 바로 국민 대다수 인간의 이익과 상반되는 포스트 휴먼 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제 정치 지형을 바꾸어 보자. 대한민국 국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선거철을 만들어 보자.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