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의 역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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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의 역사적 의미
  • 제갈창수
  • 승인 2016.04.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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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창수 논설위원·철학박사·경민대 교수

영화 귀향은 올 2월에 개봉되었는데 14년이 걸렸다고 한다. 조정래 영화감독은 2002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그린 태워지는 처녀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조감독은 시민 75270명의 크라우드 펀딩과 손숙 여배우와 스태프 들의 재능기부로 인해 우여곡절 속에 제작을 마치고 흥행 실패의 두려움과 상영관 확보의 어려움 속에서 상영하였다. 그러나 75270명의 기적은 일어났다.

손익분기점인 60만 명을 훨씬 넘어서 상영된 지 27일 만에 342만 명의 관객이 감상했다고 한다. 관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참혹함과 잔인함을 영화라는 시각적이고 정서적인 매체를 통해 최초로 만든 한국영화이다. 게다가 철 모르는 정민영희의 개인적인 삶의 실상을 통해 생생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감정이입이 열풍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또한 지금의 정치사회적인 분위기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작년 12월 국민의 동의도 없이 갑작스레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으로 졸속 합의를 한 정부에 대한 시위의 표출 형태가 아닌가! 마치 노인 역을 한 손숙 배우가 어떤 미친 여자가 그런 과거를 밝히겠어라고 말하는 공무원 앞에 서서 내가... 그 미친 년이다!’라고 외치는 고함소리에 관객들도 분노의 공감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20여 만 명에 이르는 어린 소녀들의 반인륜적인 잔혹성이 처음 알려진 것은 19918월 김학순 할머니가 국내 최초로 위안부 피해 증언을 해서 온 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20년이 지나 2012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초국적 단체 아시아 연대회의는 김 할머니의 용기 있는 고백을 기리기 위해 814일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했다. 그리고 2011년에 한국 정신대문제 대책 협의회가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일본대사관 앞에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소녀상 왼쪽 어깨에 앉은 작은 새는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상징물이며 소녀상 옆에 있는 빈 의자는 세상을 떠났거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자리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인류의 가장 큰 죄악이다. 역사왜곡은 그 피해가 죽은 영혼이나 살아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후세의 사람들에게까지 미친다.

공자가 춘추정신을 내세운 것은 바로 이런 역사왜곡의 폐단을 단절키 위해 보여준 것이 아닌가! 허위와 악을 폭로하고 진리와 선 앞에 굴복시키려는 도덕성의 위대함을 천하에 선포한 것이 아닌가!

역사의식 속에서 우리는 일시공론만세공론의 차이를 간파한다. 전자는 시대와 장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후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힘이다. 공자는 만세공론을 춘추의 정신으로 보여주었다.

201512월에 개관한 난징위안소 진열관 입구에 잊지 않아야 미래도 있다’, ‘용서는 하되 잊지 않는다’,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는다는 글귀가 있다. 과거를 잊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

우리는 영화 귀향에서 시비선악의 엄격한 기준인 인의(仁義)로 역사적 사실을 판단하는 공자의 춘추정신을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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