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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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
  • 남궁랑
  • 승인 2016.03.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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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랑 경복대학교 교수
모 방송사의 TV프로그램 중 시어머니와 외국 며느리 간의 갈등을 그리는 장면이 있다. 외국 며느리의 친정나라에 가서 이것저것 경험하며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즐겁지만은 않은 프로그램이다.
왜 이런 안타깝고도 아슬아슬한 프로그램이 편성되어야만 했을까? 그 기원은 크게 두 갈래, 즉 우리의 오랜 역사와 경제현상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가부장적 유교사회였던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남아선호사상이 남녀성비의 불균형을 초래하였으며, 게다가 도시 지향적 사고로 농어촌을 기피하는 이촌향도(離村向都) 성향이 시골농부의 아내 찾기를 유발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또 하나는 내국인들이 3D직업을 기피하게 되자 1993년 산업기술연수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 동남아 등의 외국인 신부와 산업연수생들이 물밀 듯 들어오게 되어 소위 다문화라는 단어가 보편화 된 것이다.
201511일 현재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174만 명을 넘어 전체 주민등록인구(5133만명)3.4%에 달하고 있으며, 과거 10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제결혼 비율이 10%에 이르고 있으며, ·어촌 지역의 경우 그 비율은 훨씬 높아서 30~40%에 달해 Kosian(Korean Asian)이라는 신조어를 출현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들 외국인들은 쓸쓸하고 고령화된 농촌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물론이고, 인력난 해소 등 우리사회에의 긍정적 기여를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진행되다보니 문제점도 많은 것이 사실이어서, 언어소통문화적 갈등편견과 차별이주민 집단의 세력화 등 생각보다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매년 7000여명씩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 전체 학생의 1%를 차지하고 있는 다문화 학생들이 10~15년 후 주류사회에 편입될 때 어떤 혼란을 야기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폐쇄적 순혈사회와 다문화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해야 하며, 그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과거 일제 때 국채보상운동이나 IMF때 장롱속 금모으기 운동 등은 순혈에 따른 민족주의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2007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의 단일민족주의와 순혈주의가 인종 차별주의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다인종적, 다문화적 가치를 권고하는 등 전세계가 다문화시대로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만의 국수주의와 순혈주의를 고집한다면 우리 스스로 다른 나라들로부터 고립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사회화 속도가 100여 년 이상을 거친 다른 선진국들의 다문화사회 형성 기간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그에 따른 사회 변화 현상도 그야말로 압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의 문제점과 대책도 중요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머지않아 우리 사회의 현안으로 대두될 사회통합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특히, 이들 이주민들의 국내거주지가 국내의 산업 및 문화 인프라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바, 이주민의 63.1%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으며 전국 77개 시 중 이주민 비율이 5%넘는 12개 다문화도시 가운데 포천시 155798(9.9%)와 양주시 202072(5.1%)가 포함되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다문화의 핵심은 한 사회나 국가 안에서 각기 다른 여러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각각 서로 다른 문화의 고유가치를 존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만을 고집하지 않고 인종과 국적에 관계없이 상이한 언어와 낯선 문화를 가진 여러 나라 출신의 다양한 인종들을 포용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일상적인 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경제적으로 좋아지면서 어렵고 힘든 일자리는 외국인의 몫이 되어 버렸고,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후진국의 여성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다문화사회 문제는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안고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 중 하나이다. 우리와는 다른 그들이 아니라 함께하는 우리로서 공존하는 인간존중의 보편적 가치를 키우는 것이 우리가 지금 냉철하게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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