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산동(保山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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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산동(保山洞)
  • 홍정덕
  • 승인 2016.02.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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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동두천시 보산동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자연마을인 싸릿말(杻山) · 보뚝둑이(保安) · 빈양말(濱陽) · 걸뫼(傑山) · 능말(陵末) · 덕수동(德水洞) · 점말(店末) · 탑개울(塔溪谷) 들로 구성된 본래 양주군 이담면의 한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동두천리 · 보안리 · 축산리 · 황매동의 각 일부를 병합하여 보산리가 되었다. 지명은 보안(保安)과 축산(杻山)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다 (한국지명유래집, 중부편 지명, 2008. 12., 국토지리정보원)

1년전에 의정부시50년사의 편찬을 주관하던 상임위원이 내게 杻山의 정확한 한글 독음이 무엇인가고 물어왔길레 나는 문헌 근거를 바탕으로 '뉴산'이 라고 답해 주었다. 자전에는 '杻'의 음이 감탕나무 뉴(유)로 되어 있고, 일제의 의병진압 관련 문서에도 '유산리'라는 기록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후 다시 검토한 결과 이 글자가 싸리나무를 뜻하는 경우에는 한국 음으로 이를 '축'으로 읽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산동은 싸릿말(杻山) · 보뚝둑이(保安)에서 한글자씩을 따와서 조합한 지명인데, '보안(保安))은 보뚝, 즉 개울을 막은 간이 유수지인 '보(洑)'의 안쪽' 이라는 뜻이니 결국은 현재의 지명은 본래 오랫동안 부르던 마을 이름을 전혀 짐작조차 못하게 만든 정체불명의 지명인 셈이다.

'싸릿말', 보뚝 아래의 '보안'이라는 한번 들어 그 마을의 모습이 그림처럼 선명히 들어나는 정겨운 지명이 한자로 엉뚱하게 바뀌어 기록되고 이를 다시 행정편의에 따라 이리저리 조합하여 만든 현재의 지명이 가져온 역사 정체성의 혼란이 아닐 수 없다.

결국 '杻'을 '뉴'로 읽느냐, '축'으로 읽느냐는 본질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아무 의미 없는 탁상공론인 셈이다 그 마을은 '뉴산리'도 '축산리'도 아닌 '싸릿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길이 문득 좁아지며 생긴 의정부의 옛 지명 '오목이'는 누군가 아주 유식한 분이 이를 한자어로 '오목(梧木)'으로 표기하시는 바람에 그곳이 오동나무가 많아 생긴 지명이라는 터무니 없는 집명 유래가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명은 우리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향토자산이다. 이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이 향토분화 계승의 중요한 고리임을 이제라도 인식하여야 한다.

송산배가 무성히 자라던 '배벌', 질펀한 농터였던 '둔배미', 길이 갈라져 나누이던 '가래울', 사기를 굽던 마을 '독막, 즉 동막'처럼 그 땅 이름, 마을 이름만 들어도 마을 정경과 마을의 유래가 한눈에 훤하던 우리의 지명들을 다시 살려 쓸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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