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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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 관리자
  • 승인 2015.12.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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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경기도문화원연합회 향토문화연구소장


며칠 전 내린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밤나무 숲을 돌아오는 찬바람 속에 놀란 가슴 참새 한 마리가 허공에 일획을 그으며 날아오를 때 고운 설편(雪片)이 휘날린다.

새하얀 들녘 한 끼의 모이를 채우기 위해 눈 속을 헤매는 애처러움 배고픔에 그래도 가벼이 날기 위해 뼛속까지 비어야 하는 애달픈 저 새들… 눈덮인 세상 산마루 싸늘한 달빛아래 생(生)의 무게에 더께처럼 눌어붙은 가난한 이웃들. 이상하게도 추운 겨울이 가난한 동네에 먼저 찾아오는 까닭은 무엇인가?

냉기 도는 아랫목 부뚜막 아궁이에 땔나무 연탄조차 없는데 얼마나 돈이 많길래 아궁이 속에 5만원권 지폐 5억 원과 미화100불짜리 등 외화 1억 원 총 6억 원의 돈 뭉치가 아궁이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것도 세금 낼 돈이 없다는 졸부(猝富)가 말이다. 5년 전에는 마늘밭에서 110억원이 세상밖으로 나와 놀란 적이 있다. 그래서 개처럼 벌어 정승(政丞)처럼 쓰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보다.

그것은 돈만 아는 돈에 목을 맨 아주 천박한 발상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옳지 못한 생각으로 돈이라면 소송(訴訟)을 치르더라도 받아내려는 사람치고 남을 위해 돈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돈을 제대로 쓰려면 적게 벌어도 돈 버는 방법부터 정당(正當)해야 한다. 그리고 돈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 또한 싫어한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일하지도 않고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부모 잘 만나 물려받은 유산(有産)으로 태연하게 놀면서 으스대는 사람들 그리고 노름판에서 남을 속여 눈먼 돈 거저 주운 사람들이다. 돈 앞에 양심 없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떳떳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 정승같이 마을을 살펴가며 나눠 쓸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애써 일하는 대가로 돈을 버는 것은 가정과 사회를 위해 올바르게 쓰려하기 때문이다.

문득 요즘 책에서 읽은 한 도마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일본에서 있었던 일인데 아주 오래된 가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벽과 벽 사이의 좁은 틈에 못에 찔린 도마뱀이 있었는데 벽속에서 솟아나온 대못에 의해 옴짝달싹도 못하는 도마뱀은 기적같이 살아 있었다. 숨죽여 보았더니 다른 도마뱀들이 번갈아 가며 먹잇감을 물어다 주었다는 것이다.

우주만상과 자연현상을 통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말 못하는 도마뱀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우리는 무어라고 말할 것인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면 그동안 잊혀졌던 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경행록은 이렇게 교훈을 주고 있다. 자만하지 않는 자 할 일이 있고 스스로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 자라야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소유는 충만이 아니라 더더욱 큰 탐욕을 충동질하는 끝없는 갈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채운다 한들 흡족함을 모르는 사람들. 그 끝은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스스로 양심의 껍질을 깨고자 나의 존재의 소중함을 스스로 사랑하면 다른 사람들도 껴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것은 자의식이라는 손거울이다. 거울에 자기를 비추어 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므로 우리의 이지러진 그 모습을 바로 교정(矯正)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해를 보내며 찬바람 부는 거리, 절실한 연말을 맞아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의 거리에 사랑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춰 따스한 손길로 어려운 이웃에 온정(溫情)을 전하는 나눔의 문화에 행복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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