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야(守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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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야(守夜)
  • 홍정덕
  • 승인 2015.12.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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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도교(道敎)에서는 인간의 수명을 120세로 본다. 인간이 태어날 때 옥황상제(玉皇上帝)는 태어나는 모든 인간에게 균일하게 120살의 수명을 정해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인간은 운명으로 정해진 120살을 모두 살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삼시충(三尸蟲) 때문이다 삼시충이란 모든 인간의 몸속에 살고 있는 세 마리의 벌레를 말하는데 머리와 배, 그리고 발 근처에 1마리씩 살고 있는 것으로 간주됐다.

그 위치에 따라 머리에 있는 것을 상시(上尸), 뱃속의 삼시를 중시(中尸), 발에 사는 벌레를 하시(下尸)라 했다.

이들은 각각의 고유임무를 지니고 있어 팽거(彭倨)는 욕심을, 팽질(彭質)은 음식을, 팽교(彭矯)는 성적인 욕망을 관장하며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맡은 부분에서 절제를 잃고 이를 과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삼시충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인간이 욕심이나, 음식, 음욕 등을 평시에 절제하지 못하고 남용하면 이를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가 60일 만에 한 번씩 몸을 빠져나와 옥황상제에게 그간의 무절제를 낱낱이 일러바치고 옥황상제는 이를 바탕으로 정도에 따라 그 인간의 수명을 3일에서 100일씩 감축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교에서는 이 삼시충을 죽이는 여러 가지 수련, 즉 도인술(導引術)을 행하는 동시에 삼시충이 몸을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이를 가두어야 하는데, 삼시충은 인간이 잠이 들어야 그 틈을 타서 몸에서 빠져 나올 수 있기에, 삼시충이 옥황상제에게 보고하려 올라가는 경신일(庚申日)과 연례보고를 행하는 마지막 섣달 그믐날에는 절대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워 지켰다.

이를 수야(守夜)라 하는데 고려 때에 중국 송(宋)나라에서 이 풍습이 들어와 서민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널리 행해지게 되었으며 특히 매 경신일 마다 수야(守夜)하기 위하여 밤새 음식과 술을 먹으며 철야 연회를 즐기는 전통이 수립되었고, 조선 후기 영조(英祖) 때에 이르러 물산과 시간의 낭비를 이유로 금지되기까지 무려 600년을 상하가 지키며 면면이 이어 오는 풍습으로 고정되었던 것이다.

비록 경신수야(庚申守夜)는 이제 잊혀진 풍습이 되었으나 섣달 그믐 수야(守夜), 즉 세수(勢守), 또는 수세(守歲)는 아직도 민간 풍습에 그 잔재가 남아 이날 아이들에게 잠을 자지 못하게 하며 이날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며 겁을 주곤 한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맞이하였다 저출산과 함께 급격한 고령화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으나 오래 살며 장수(長壽)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욕망인지라 국민 모두가 건강을 챙기며 음식과 생활습관, 그리고 위생과 운동을 가리고 지키게 되었다 .

인간의 본래 수명은 누구나 120세이며 욕망과 음식, 성욕을 절제하지 못하면 그 수명이 차감(差減)된다는 우리 조상의 삼시충(三尸蟲) 교훈과, 600년 가까이 유지된 경신수야(庚申守夜), 제야수세(除夜守歲)의 풍습은 오늘날 건강한 장수를 꿈꾸는 우리 모두에게 귀담아 들을 만한 오랜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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