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북조(南北朝)시대 송나라 4대 황제인 효무제(孝武帝)가 숙적인 북위(北魏)라는 나라를 침략할 생각으로 총사령관인 심경지(沈慶之)를 불러 출병의향을 물었다.
이에 심경지는 ‘여러 경험과 정세로 보아 아직 우리 송나라는 북위를 이길 수 없다’는 답변으로 북벌(北伐)을 만류하였으나 황제는 북위를 빼앗고 싶은 욕심에 전쟁터라고는 한번도 나가보지 않은 문신(文臣)들에게까지 의견을 물으며 출병 야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를 지켜 본 총사령관 심경지는 황제에게 "밭일은 농부에게 맡기고(耕當問奴) 바느질은 아낙에게 맡겨야(織當問婢)하는 법인데, 어찌 나라의 출병(出兵) 문제를 백면서생(白面書生)들과 상의하십니까"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효무제는 심 장군의 진언에 따르지 않고 문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출병했다가 치욕스런 대패를 맛보았다는 중국 송서(宋書) 심경지전(沈慶之傳)의 기록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다.
이렇듯 세상사에는 분야마다 전문가가 있기 마련이며, 어떤 문제를 해결함에는 무엇 보다 해당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이 일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어떤 사람이건 한 사람이 모든 영역의 일에 만능 일 수는 없다. 처음부터 전문가인 사람도 없다. 따라서 잘 모르는 분야는 보다 나은 전문가에게 물어 행함으로써 또 다른 전문가로 태어나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질문을 하듯이 전혀 모르는 사람은 물을 수 조차 없다. 물음은 부족함의 표현이 아니라 채움을 의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전문성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야 할 일이 적잖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내가 지위가 높으니까, 내가 학벌이 좋으니까, 내가 고참 이니까 라는 등의 권위주의적 사고와 자만에 젖어 모르는 것도 아는 체 일방적으로 행하거나 그저 자신에게 충복스런 측근이나 호락호락한 편의주의자들과 논의하기를 즐김으로써 업무의 효율과 조직발전을 저해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모르면서도 묻지 않음과 묻되 비능률적인 사람에게 형식적으로 묻거나 전문가로부터 조언이나 자문을 받고도 자신의 유·불리나 체면을 따져 행하지 않음이 더 부끄럽고 위태한 일이다.
물음과 채움을 올바르게 실행할 때 어느덧 우리 모두는 전문가(專門家)가 되어 스스로 결단(決斷)하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반듯한 방도(方道)를 제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도자의 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