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권투부’의 아이들
상태바
‘울보 권투부’의 아이들
  • 제갈창수
  • 승인 2015.11.26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갈창수 경민대교수

2014년 DMZ 국제 다큐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된 후 1년 만에 극장가에서 상영된 이일하 감독의 다큐멘터리 '울보 권투부"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일하 감독이 영화 제작 시에는 재일조선인 소재 영화와 유사한 내용을 염두에 두고 도쿄 조선중고급학교에서 권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재일동포의 한'을 담아보려 시도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만나고 촬영을 하면서 남한 북한으로 국적이 다른 갈등과 재일동포에 대한 일본인의 차별과 편견에 대한 불만 그리고 조센진이라 비하하는 일본학생들을 이기겠다는 승부욕도 없는 단지 권투가 좋아서 온 힘을 쏟는 천진난만한 10대 청춘들의 발랄하고 진솔한 삶과 우정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권투가 좋아서 매일 땀을 흘리며 열심히 연습하고 일본 전국 조선학교 권투부들이 모두 참여하는 중앙체육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링에 오르는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또한 어른스럽게도 "우리들은 재일동포 3세 4세가 대부분입니다 저의 국적은 '조선적'인데요 조선적은 북한 국적이 아니라 남북으로 갈라지기 전 조선반도를 의미합니다. 동무들의 반은 조선적 반은 한국 국적이에요 하지만 우리들은 아무도 국적에 신경을 안 씁니다."고 말한다.

그리고 "조선인은 강하다는 것을 링위에서는 보여줄 수 있지 않습니까?"라고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김상수 권투부 코치의 지도력 덕분이다.

그는 "시합은 상대가 있다 질 수도 있다 다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참을 수 없다"면서 오사카에서 열리는 전 일본 조선인학교 권투부의 단체전인 '중앙대회'를 위해 혹독한 훈련을 아이들에게 시킨다. 그 결과 도쿄조선중고가 우승을 차지한다.

어느덧 졸업이 다가왔다. 권투부는 전통의 '인계 축제'를 연다. 모두가 훈련으로 땀을 흘리고 나서 후배가 선배에게 한 주먹씩 친다. 그리고 선배는 후배에게 "권투보다 권투부가 더 좋았다"고 한 마디 말을 울먹이며 한다 그리고 코치도 떠나는 선배에게 울먹이며 좀 어눌한 말투로 "여러분은 당당하게 고된 훈련을 이겨냈다. 앞으로는 당당하라"고 말한다.

정이 넘치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제 간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일본의 차별과 편견 그리고 냉대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굳건하게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저력을 엿보게 한다.

그렇게 아이들이 성숙해 갈 수 있었던 이면에는 약 백년 간의 재일 조선인들의 삶의 고난과 애환의 역사가 있었음에 가능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신주쿠에서 극우주의자들이 벌이는 재일동포들에 대한 혐한 시위를 살짝 보여주면서 지나간다.

조선학교는 조선인총연합회계열이라는 이유로 학력인정과 재정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다. 영화에서도 혐한 시위 장면과 학부모들이 일본 문부성 앞에서 고교 무상화 시위 장면을 보여주면서 일본에서의 인종적 차별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민족 디아스포라’문제에 대해 한나라당 깁충환 전 의원이 2011년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재일 조선학교가 남북 간 이념 대립의 장이 아니라 민족교육의 장으로 변화해야 한다 조선학교가 북한 지원을 받아 조총련계 학교가 된 것은 광복 이후 우리 정부가 재일동포에게 보여준 기민정책에도 책임이 있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과거와 달리 조선학교도 변하고 있기에 이곳을 이념 대립의 장이 아닌 통일을 대비한 교육의 정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상당히 시의 적절한 상황 파악이며 미래지향적인 재일동포 발전 정책의 필연적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임을 의미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