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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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의 교훈
  • 남궁랑
  • 승인 2015.09.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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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랑 경복대학교 교수


그리스는 유럽에서 1929년부터 198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 2위의 경제 모범국가였다. 이런 그리스의 아테네 광장에서 지난 달 시민들은 채권단의 자구조정 요구안에 대해 '오히(OXI·반대)'를 외치며 불꽃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며칠 뒤 그리스는 부가세율을 23%로 인상해야하고, 국방비를 대폭 축소하며, 연금개시 연령을 67세에 하겠다는 등의 뼈아픈 재정개혁안을 들고 채권단에 3차 구제금융을 구걸해야만 했다.

현재 그리스의 경제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1만개 이상의 기업체가 도산했고, 2만3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어 실업률이 17%를 육박한다고 한다.

수도인 아테네 시내 곳곳에선 영업중지로 문닫는 가게가 속출하며,사가는 사람은 물론 윈도 쇼핑하는 손님조차 구경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리스의 대표적인 산업인 해운업은 세금이 거의 없을 정도여서 세수가 적고, 그나마 활성화된 관광산업은 25%정도가 지하에 숨어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제조업은 빈약하여 국가 재정수입이 턱없이 모자란다.

그 결과,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수차례 탕감에도 불구하고 2014년말에 3,173억 유로로 GDP 대비 177.2%로 급증하여 상황여건 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자상환조차 어려워지는 ‘부채의 함정(debt trap)’에 빠질 수도 있어 보인다.

이유를 막론하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스의 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명문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파판드레우 총리시절(1981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포퓰리즘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국민이 원하는 것을 모두 수용하는 정책을 폈다. 이를 위한 공공서비스 부문 확장으로 과도한 공무원 채용과 함께 이른바 ‘골든 보인(golden boy)’라고 불릴 만큼 그 들에게 풍성한 복지혜택도 얹어주었다.

임금 대비 연금액 수령 비율이 무려 95%로 퇴직전후 임금변화가 없을 만큼 고액연금을 지출하였으며, 또한 그리스 증시에서 시가총액의 22%를 차지하던 최대기업이 본사를 스위스로 옮길 만큼 기업의지를 꺾는 반기업 정서에 생산성을 초과한 과도한 임금인상, 이 외에도 무상 의료비와 교육비 지출을 함으로써 50년간 모은 재산이 8년만에 소진돼버렸다고 한다.

그 뒤 총리가 바뀔 때마다 수차례 대규모 복지개혁을 시도했지만 어려움에 처한 현재도 긴축에 반대하는 것처럼 그 동안 후한 종합복지에 길들여져 있는 국민정서를 혁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런 그리스가 구제금융개혁법안 통과 조건부이긴 하지만 세 번째 구제금융을 받아 소생하게 됐다. 과연,국내총생산(GDP)중 서비스산업 비중이 81%나 되고, 수입이 수출의 1.75배에 달하는 허약한 산업기반에 긴축을 극도로 꺼리는 국민정서를 가진 나라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1997년에 갑자기 IMF의 구제금융을 경험한 바 있는 우리이지만, 옛날 화려한 문명국가였던 그리스가 힘없이 조롱당하는 것을 교훈삼아야 하며, 통일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2008년,세계 500대 기업중 15개를 차지했던 한국이 작년 7월에는 6개, 그리고 금년 7월에는 2개로 줄었다. 기업의 고령화가 사회전반의 고령화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차장직급 인원이 사원직급보다 많은 가분수형 구조라 한다.

주 인력층의 고령화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니 신규채용은 줄게되고 청년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일거리를 못 찾아 한집 건너 커피하우스가 있으나 신통치 않다. 복지를 처음 제창한 나라는 영국이지만, 그리스와는 달리 확실한 개혁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2014년 경제성장률이 G7중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도 4대 개혁을 확실히 추진하여 기반경제를 튼튼히 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고 통일에도 대비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난 7월말 확성기 방송사태로 준전시상태일 때, 우리의 아들들은 전역을 보류하면서 나라를 지키고자하는 애국심을 보여주었다. 이 아들들에게 선물은 아닐지라도 재앙을 남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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