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예술이 공존하는 삶의 길을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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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예술이 공존하는 삶의 길을 찾았죠"
  • 김기만
  • 승인 2015.08.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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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원 토우공방 대표 및 도예가

“사람들과 예술이 함께 공존하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가들이 자기 작품에 대한 자존심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세상 사람과 삶에 대한 자존심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8년부터 포천시 소흘읍 직동리 289-1번지 소재 ‘토우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유서원 도예가(사진·51)는 지난 4일 인터뷰를 통해 “이미 꿈을 이루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욕심은 없습니다”라며 도예가로서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이같이 밝혔다.

“최근 고모리에 모텔들이 신축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부 예술인들이 ‘예술인의 마을’ 운운하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불법건축물도 아니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짓고 있는 만큼 수용해서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고모리)에서 작업하고 있는 일부 작가들이 아직까지 고정된 틀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예술도 이제는 시민들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유 도예가의 사람들과의 공존 방식이다.

그녀는 양주에 있던 작업실을 지리산으로 옮겨서 조용히 살고 싶었지만 우연히 포천 고모리로 오게 됐다고 했다. “사람이 많이 찾아오니 지금은 오히려 더불어 사는 삶을 터득한 곳입니다. 만족합니다.”

투박한 찻그릇(다기) 등 다양한 그릇을 만드는 ‘토우공방’은 발효음식으로 유명한 ‘민들레울’ 한정식 식당 건물 헛간 한쪽을 빌려서 꾸민 소박한 작업실 겸 공방이다. 시골동네 사랑방처럼 누구에게나 작업실이 오픈되어 있어서 ‘민들레울’에 식사하러 온 손님들이 언제든지 부담 없이 그녀의 창작활동과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사람과 예술이 공존하며 잠시나마 시간이 머무는 느낌을 받는 곳이랄까!

포천시공예가협회 수석부회장을 맡아서 활동했던 유 도예가는 현재 각자 생각이 달라서 지금은 혼자서 조용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단체나 시청에서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등 좋은 일에 사용하겠다며 작품 기부 요청을 하면 흔쾌히 내 놓는 작가들이 드물더라고요.”


“시민들이 낸 세금을 손 벌려 받아서 작품 활동을 한 경우에는 작가들도 최소한 어떠한 방법으로든 시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관에서 혜택 받은 만큼 시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각종 협·단체에는 가입을 안 하려고 합니다. 이제는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고 받지 않아도 주는 단체나 예술인들의 모임이 되고자 합니다.”

유 도예가는 현재 포천시 도서관 평생학습센터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 가운데 마음 맞는 사람 몇 명과 소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에게 작품을 기증받아 연말에 시청로비 등에서 ‘바자회’를 열 계획이며,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 등에 전액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유 도예가는 대학 때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했다. 차(茶)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자기에 흥미를 갖게 되어 취미로 도자기를 사서 모으다 보니 도예가의 길로 입문하게 됐고 단국대학교 박종훈 교수와 인연이 되어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공부를 하게 됐다.

2007년 ‘소사벌 미술대전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바 있는 유 도예가는 2003년 11명의 작가들이 참가한 한·러교류전을 마친 후 모스크바 공예박물관 한국홍보관에 ‘소떼’를 기증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물레를 배울 때는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어도 온통 물레 돌리는 생각만 날 정도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된거죠.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도자기 만드는 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여 끊임없이 움직이고 공부했습니다.”

인터뷰 하러 간 날 때마침 일정에 없던 포천 소재 A초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1일 체험학습을 위해 공방을 찾아왔다. “학생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모양과 생각은 전혀 배제된 채 엄마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것만 만들고 가요.”

창작에도 일반적인 개념이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의 고정관념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그녀의 쓴 웃음에서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의 한계와 문제점이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얼까?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아이들의 순수한 꿈과 재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이 ‘토우공방’ 유 도예가 에게는 있을 것 같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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