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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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 홍정덕
  • 승인 2015.07.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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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토마토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우선 이 과채의 이름부터가 문제다 문헌을 상고하면 남미가 원산지인 이 열매는 지구를 돌고 돌아 19세기 초에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니까, 우리와 이 붉은 열매가 만난 지 벌써 20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우리 이름이 없다

누군가가 남만시 '일년감'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지만 이를 아는 별로 없다. 한자 이름은 더더욱 생소하다 여전히 '토마토' 인데 심어 가꾸는 이나, 사고 파는 이들이 모두 '도마도' 라는 시중어(市中語)로 부른다.


토마토를 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칼로 썰어 그냥 생으로 먹는 것인데 이럴 경우에는 소금을 쳐 먹어야 좋단다. 토마토에 설탕을 쳐 먹으면 설탕이 영영소의 흡수를 방해해서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부터 토마토는 설탕, 그것도 “갈색설탕”을 쳐서 먹어버릇 해 왔다. 여름 날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가 토마토에 설탕을 듬뿍 재어 내 주셨더랬다.

그때 그 토마토를 먹고 그릇 바닥에 남는 설탕 섞인 토마토 국물을 들이마시던 그 새콤 달콤 한 맛은 내 유년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지금도 혀 끝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토마토에 설탕을 쳐서 먹으면 않좋다고? 개나 물어가라 그래라! 토마토는 아무래도 설탕에 재어 먹어야 제맛이다!

제상(祭床)에 오르는 과일을 조(棗), 율(栗), 이(梨), 시(枾)라 한다. 시절을 따라 생산되던 가장 대표적인 과일들인데 대추, 밤, 배, 감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과일의 첫째는 “사과”이다. 그 사과는 왜 제상에 오르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조선시대 말기까지 사과라는 과일은 없었던 것이다.

대신 맛이 시큼털털하고 크기는 엄지 한마디만 했던 ‘능금’이 있었는데 맛도 크기도 조상에게 올릴만한 과일이 아이었던 모양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사과는 일제이후 개량된 수입품종들이다

우리의 고유 품종이 아니기는 사과나. 바나나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문제는 외래 과일들을 감정적으로 배척할 일만은 아니다 싶다. 그 과일들을 어떻게 우리가 잘 이용하고 우리의 입맛과 풍토에 맞게 개량해 가고 요리법을 만들어 활용해 가느냐에 달린 듯하다.

일전에 양주에 '토마토 축제' 있었다며 지인이 그 토마토를 한 상자 보내왔다 과연 맛도 모양도 훌륭하여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아내는 전혀 들은 척도 안했지만 난 그 토마토를 먹으며 우리 엄마가 해 주시던 설탕 친 '도마도', 그리고 그 그릇 바닥에 남은 '도마도' 탕국물이 몹시도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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