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해석을 바라보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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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해석을 바라보는 국민
  • 김태춘
  • 승인 2015.07.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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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춘 양주시생활공감모니터 대표


몇 일전 뉴스에 ‘진정한 임차인’이라는 판사들의 2심 판결이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물론 대법원에서는 깨진 판결이었다. ‘법의 안정성’ 이라는 유식한 말을 들이대어 국민에게 다시금 상처를 안겼다. 참으로 답답한 국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그 보수성에 항변하고 싶다.

2심판결의 요지가 참 멋스럽다. 법원은 "'임차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법률용어로서만이 아니라 법률이 달성하고자 한 정책목표와 우리 사회가 법체제 전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가치를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씨가 무주택자이고 실수요자였는데도 단지 계약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 법의 공익적 목적에 맞는가.

재판부는 판사 3명 모두가 다음 3가지에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했다. ①이 사건에서 임차인은 실질적인 의미의 임차인으로 해석해야 한다. ②이씨는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이다. ③이씨는 임대주택을 분양받을 권리가 있다.

2심 재판부는 "가장 사려 깊고 조심스럽게 만들어진 법도 세상사 모든 사안에서 명확한 정의의 지침을 제공하기는 어려운 법"이라면서 법을 '기성복'으로 비유했다. 아무리 다양한 치수의 옷을 만들어도 팔이 더 길거나 짧은 사람이 나오게 된다.

그럴 때마다 "당신의 팔이 너무 길거나 짧은 것은 당신의 잘못이니 당신에게 줄 옷은 없다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다소 번거롭더라도 옷의 길이를 조금 늘이거나 줄여 수선해 줄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이때 법원이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수선을 할 의무와 권한이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우리 모두는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의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재판부는 70대 노인을 구제해주는 판결을 내렸다. 현행법을 뛰어넘어 법의 정신을 꿰뚫으려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호된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2심이 법을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법해석은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요지였다.

근대입헌주의 대원칙에 ‘in dubio pro libertate’ 즉, 의심스러울 때는 시민자유의 원칙이라는 대 명제를 일깨우는 말이다. 공무원들의 갑질이 대부분 이렇게 ‘법적 안정성’, ‘의심스러울 때는 공무원 자의적 해석’ 그리고 복지부동에 의해서 국민들이 멍들어가고 상처 받고 공무원을 미워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다시금 非理法權天의 오래된 성어가 생각이 떠오른다. 이치는 법을 따르지 못하고 법은 권력을 따르지 못하고 권력은 하늘의 뜻을 따르지 못하니 하늘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준엄한 이야기, 그러나 이 사회는 권력이 모든 것을 다한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다 보니, 이치를 가지고 따져보는 하늘(국민)은 그 허망한 메아리에 또 한번 상처를 받는다. 유토피아 같은 세상을 원하는게 아니라 서민이 진정하게 살만한 가치를 느끼는 법치주의가 좋은데 그것이 안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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