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의 정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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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의 정치가 걱정이다
  • 허 훈
  • 승인 2015.06.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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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 대진대 행정학교 교수


정치가 주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주민들이 정치를 걱정하는 것이 현재 우리 지역의 현실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구리시, 의정부시, 양주시의 각 시장이 걱정을 끼치고 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성희롱사건으로 포천시장, 비리혐의로 파주시장이 선고를 앞두고 있거나, 사정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에는 억울한 사정도 있을 것이나. 문제의 요체는 정치에 나서는 사람은 수신의 자세인 성의성심의 자세로 임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자세가 흐트러진 게 원인이 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요즈음 선거법이 지엄해지고 정치가 투명해지는 세상이 된 것은 민주화시대의 축복이고,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잘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지역의 수장들이 역행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지역의 정치가들에게 다시 한번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자세를 주문한다.

우리 지역을 메르스 만큼이나 곤란스럽게 하는 이번 사태로 인해 모처럼 발전시켜온 지방자치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우리민족의 스승인 다산과 서양의 스승인 베버(Max Weber)에게 길을 물어보자.

다산은 「원정(原政)」이라는 그의 논문에서 정치에 대해 통쾌한 해석을 내렸다. “정치란 바르게 함이자, 우리 백성들이 고르게 살도록 해주는 일이다.…”(政也者 正也 均吾民也…)라고 했다. 그렇다 정치에 바름(正)이 없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거에 출마하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당선자가 나와야지 공정한 경쟁 없이 선거에 임해 유권자를 속이는 선거나 정치는 본래의 정치라고 할 수 없다.

자기가 바른 자세를 가져야 백성의 살림살이가 눈에 보이는 법이고, 어느 한쪽에 정치의 혜택이 치우지지 않은지, 내가 나를 위해서 시의 살림살이를 쓰고 있지 않은지 알 수 있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란 주제의 강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 자신도 한때는 학문적 성과를 가지고 정치를 하고 싶어 해서 1918년 독일민주당 정부의 출범에 기여하고 신헌법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그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직업정치가는 두 부류인데 하나는 정치를 위해서 사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에 의존해서 사는 사람이다. 정치를 위해서 사는 정치가가 되려면, 첫째 정치활동에 따른 소득에 의존하지 않고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적 상태에 놓이는 게 좋고, 둘째 자신을 위한 경제활동에 공무가 얽히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정치가가 대의에 충실한 정치를 할 수 있고, 정권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정치에 의존하는 정치가의 생명은 길지 않을 것이다.

막스 베버의 충고를 받아들여 현대의 정치시스템에서는 정치가들에게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월급을 주고, 그에 걸 맞는 편의를 주고 있다.

어떻게 공의에 충실하게 권력을 사용할 수 있을까? 원님이 되어 잘 해보고 싶었을 한 사또가 다산에게 고을을 제대로 다스릴 계책을 물었다. 다산은 답했다. 그대가 목욕재계하고 오면 세 글자를 가르쳐주고 나머지 세 글자는 또 다시 목욕재계하고 오면 가르쳐 주겠다 했다.

그 여섯 글자는 모두 염(廉)이라는 글자였다. 첫째 글자의 청렴 염자는 재물에 사용하고 둘째는 색(色)에 사용하며 셋째는 직위(職位)에 사용하라고 했다. 이 졸학이 다시 풀면 정치가란 일체의 뇌물을 철저히 배격하고 성생활에 청렴하고 직권은 절대로 남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다산이 다시 목욕하고 온 그에게 가르쳐준 나머지 세 염(廉)이라는 글자는 정치의 효과를 설명했다. 청렴한 수장이라야 투명한 행정을 펼 수 있고 청렴해야만 수장으로서의 권위가 서고 청렴해야만 강직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런 문답이 있었기에 그의 명저 〈목민심서〉에서는 “청렴하지 않고서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不廉而能牧者未之有也)고 까지 단정적인 주장을 했다. 어떤가. 우리 지역의 주민들과 정치인들이 꼭 명심해야 할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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