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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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장날
  • 홍정덕
  • 승인 2015.05.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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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적덕 논설위원



우리나라에서 시장이 본격화된 것은 생산구조가 전문화되고 화폐유통이 본격화되는 조선 숙종 이후로 본다. 이때 전국 각처에 대개 5일에 한번 개설되는 정기시장인 ()”이 열려 농민들이 각자 생산한 서로의 물산(物産)을 교환하는 한편 장돌뱅이라 불리던 전문 상인인 보부상(褓負商)”들이 장을 돌며 물화(物貨)를 보급, 판매하였다

지리지에 나타나는 양주(楊州) 지역의 장시는 가업장(加業場), 동도천장(東道川場), 회천장(檜川場), 대탄장(大灘場), 구곡장(仇谷場), 미호장(渼湖場), 덕소장(德沼場), 광릉내장(光陵川場), 북도천장(北道川場)으로 모두 9곳에 이른다.

이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이 가업장(加業場)으로 일명 가래비장이라 하였는데 이 가업장이 3, 8일에 모이는 소위 3,8장이었다

그런데 일제 강점시기에 경원선 철도를 부설되면서 일제는 의도적으로 양주를 통과하는 경원선 열차의 정거장을 양주 읍치(邑治)가 아닌 양주의 변두리의정부동두천에 설치하였고 이를 계기로 양주지역의 지역중심이 급속히 양주 읍내에서 의정부지역으로 이동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양주 읍내에 위치하던 행정관서인 군청, 학교, 법원, 경찰서 등이 모두 의정부로 이동하였고 교회와 성당도 의정부로 옮겨오게 되면서 시장도 역시 의정부로 이동하게 되어 기존의 가래비장이 없어지는 대신 의정부장3.8장으로 새로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해방 이후에는 의정부에 대규모의 외국군이 주둔하면서 외국군 부대에서 유출되는 각종 군수품(軍需品), 소위 말하는 양키물건이 의정부장을 중심으로 거래되면서 의정부장은 정기시를 넘어 큰 규모의 상설시장으로 발전하게 되어 오늘에 이른다.

평상시에도 의정부시장에서는 다양한 물품이 거래되었지만 3, 8일 의정부 장날이 되면 장터를 찾는 장꾼들이 거래에 합세하며 의정부시장의 장날 풍경은 자못 풍성하였다.

지금의 의정부제1공설시장, 광흥시장 자리를 포괄하는 넓은 지역에 위치하던 그 의정부시장에서 시절을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던 시장 풍경들, 김장감, (), 옹기(甕器), 땔감 등이 산처럼 쌓인 넓은 장터에서 곳곳에서 벌어지던 흥정소리며, 흥청이던 명절 대목, 튀김골목, 부침골목, 떡골목, 국밥골목, 냉면골목 등의 풍요롭던 먹거리 마당은 이제는 도시 규모의 확대에 따라 더 이상 그 풍성한 면모를 찾아 볼 수 없게 되었고, 심지어 대다수 시민들은 이제 3, 8일이 의정부 장날인지 조차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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