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기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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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기준 3.0
  • 남궁랑
  • 승인 2015.05.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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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랑 경복대학교 교수



지난 3월, 가난하면서도 작은 밀림이었던 말레이지아 연방섬을 단기간에 세계적인 금융·물류중심의 부자나라로 급성장 시켰던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가 91세의 일기로 서거했다.

근 10년이 넘도록 싱가포르의 국민 행복지수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유엔이 발표한 ‘2015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158개 국가중 24위를 마크(한국은 48위)하고 있다.

단기간에 급성장하다보니 물질만능을 강조하는 사회풍조가 생겼고, 그래서 싱가포르의 성공기준은 ‘싱가포르 5C’ 즉, Cash(현금), Car(승용차), Condominium(개인아파트), Credit card(신용카드) 그리고 Country club(교외레져시설)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 있어서의 성공기준은 무엇인가? 대형서점의 온라인 검색창에 ‘성공’이라는 단어를 넣어보면 ‘연봉 2억이하는 실패한 인생’ ‘ 당신도 연봉 10억의 주인공’ 등 어떻게 해야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맞이할 것인가하는 경제적 부에 관한 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불과 50여년 전에는 필리핀이나 에디오피아보다 훨씬 가난했기 때문이다. 하여, 새마을운동과 증산수출건설 등의 슬로건아래 중동의 모래바람과 서독의 광산 등에서 피땀흘린 결과 가장 기본적 욕구인 먹고사는 문제 즉, 성공기준 1.0이 해결되었으며,

그와 같은 기조에 튼튼한 교육열이 뒷받침되면서 이제는 OECD회원국, 세계무역 8강 그리고 해외여행자가 급증하면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변신하여 상대적으로 어느정도의 경제적 풍요를 가져왔으나 그것은 경제적 의미의 단순한 성공 즉, 성공기준 2.0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렇다고, 경제적 풍요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코 사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권신장이 상당히 커진 우리나라에서 맞벌이 부부는 이제 흔하다.

부부가 열심히 돈을 번 덕분에 아내는 평소 희망이던 예쁜 베란다를 꾸몄고, 남편은 에코사운드에서 감미로운 소리를 내는 좋은 오디오도 샀다. 부부는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 돈을 더많이 벌자며 아침 일찍 출근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두고 나온 지갑을 가지러 집에 도로 들렀더니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베란다의 예쁜 의자에 앉아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고 계셨다는 어느 행복론 중의 이야기이다.

자신들은 사놓기만 했지 누려보지 못한 것을 아주머니는 열심히 일하는 중간중간 즐기고 계셨던 것이다. 불현듯, 이 부부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돈을 많이 벌고 나서’, ‘그 자리에 오르고 나서’라며 미루다가 일방적으로 기회를 상실하기보다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그때 그때 제대로 챙기면서 균형감 있게 사는 것이 경제적인 부를 초월하는 진정 성공한 삶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는 이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사치스럽고 시기상조라고 할지 모르지만 분명히 인간 삶의 성공은 경제적 성공보다 훨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는 작으면서도 ‘아시아인들에게 서양식 민주주의는 사치’라고 할 만큼 반독재체제의 경찰국가이며, 지난 50년간 4만명을 사형시킨 무서운 나라이지만, 한국은 이미 많은 희생속에 민주화 과정과 경제적 IMF를 경험한 세계 7번째의 인구 5천만명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뜻하는 ’30-50’클럽에 가입한 국가로서 충분히 성공기준 3.0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더 부자가 되고도 행복하지 않다는 건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느 항구에 배를 대야 할지 모른다면 바람이 어디서 불든 순풍은 없다”라는 세네카의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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