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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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 서기원
  • 승인 2015.02.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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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의정부 의료원 원목



사전에 보면 이 말은 ‘없다’와 함께 쓰여, 뜻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힘을 이르는 말이다. 맷돌을 갈 때 쓰는 나무 기둥이라는 말도 있고, 또 중국 당태종 때, 기와 건물을 올리면서 처마에 장식해서 넣는 여러 가지 동물 모양의 작은 형상들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집을 보고 집은 다 지어졌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하면서 당황해 했다고 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뜻밖에 어떤 일이 일어나 이해할 수 없는 우연적인 일이 일어났을 때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한다. 요즘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이유도 없이 갑자기 길이나 전철에서 사람에게 흉기를 휘두르는가 하면, 자신의 딸을 성폭행한 동거남이 석방되도록 하기 위해, 딸에게 혼인신고를 강요하는가 하면, 절대로 무너져서는 안 되는 지붕이 눈의 무게에 못 이겨 내려 앉아서 인명피해가 생기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인과적으로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이 있지 않을 때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느낀다. 아파트의 층간 소음으로 서로 살인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이러한 분쟁으로 인해 사람이 죽기도 한다.

서로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며 살아가야 하겠지만, 이것도 건축법이 잘못되었거나, 건축을 하는 사람이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왜 건축하는데 ‘어처구니’를 빼먹어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일까? 물론 이것은 건축가의 실수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건축가의 단순한 실수라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그다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어처구니를 올리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연을 가장한 의도적 실수라고 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또 이 의도된 실수에 많은 돈과 이해관계가 걸려 있으면 더욱더 문제가 된다.

우리는 60년 압축 근대화의 성장 속에서 모든 것을 빨리 처리해서 공사기간을 앞당겨야 더 큰 이익이 생긴다고 하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 살아왔다. 와우 아파트 사건이 그렇고, 성수대교가 그렇고 삼품 백화점이 모두 압축성장의 그늘에서 생긴 일들이다.

한국 축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영국이나 독일의 프로 축구에서 뛰는 뛰어난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고, 코치나 감독도 국제적인 안목을 가진 전략가인데, 왜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겨루면 상대적으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 혹은 객관적으로는 비슷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 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어처구니’에 있다.

수비나 공격에서의 마지막 마무리의 미숙함 혹은 사소할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한 섬세한 대처의 부족에 있지 않을까 한다. 파스칼이 말했던가?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기하학적 과학의 정신과 더불어 섬세의 정신이 필요하다.

어처구니는 사소한 일이다. 그러나 건축가들의 이익이 많이 생길수록 그에 비해 더 많은 사람의 희생이 뒤따르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요, 이것이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된다.

더욱이 이러한 일들이 고쳐지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된다면 그 사회는 어처구니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어처구니는 그야말로 마지막에 빼놓아서는 안 되는 사소한 일이다.

그러나 이 끝마무리와 섬세한 완벽성이야 말로 건축의 완성도를 높인다. 2015년에는 한국사회가 ‘어처구니가 없는’ 사회가 아니라, ‘어처구니가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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