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질과 故 유일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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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갑질과 故 유일한 박사
  • 제갈창수
  • 승인 2015.01.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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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창수 경민대 교수


유한양행은 지난 15일 11회 유일한 상 수상자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인 김모임 연세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 김교수는 지난해 8월 전 재산 26억원을 모교인 연세대 간호대학에 후학양성을 위해 기부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삶을 실천하고 평생을 국민보건에 헌신한 점에서 유한양행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의 정신의 계승자로 적합하다는게 선정 이유이다.

김교수는 "건강해야 주권을 찾을 수 있다.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를 따르겠다"면서 이날 받은 상금 1억원도 건강에 기여할 국제 여성 지도자를 기르는 데 쓰이도록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요즈음 상류층의 '수퍼갑질'로 국민적 분노와 지탄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하여 사회 지도층의 이러한 사회적 책임과 솔선하는헌신의 행위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으며 더욱 빛이 난다.

이 시상식을 보고나서 문득 지난달 5일에 미국 뉴욕공항에서 재벌 오너의 '수퍼 갑질' 소란으로 국민적 분노를 샀던 '램프 리턴' 사건이 떠 오른다. 조연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을 기내에서 내리게 한 사건이었다.

당시 247명의 승객이 탑승한 항공기의 안전을 아랑곳하지 않던 부사장의 분별없는 무책임하고 오만한 '수퍼 갑질'의 행위로 비롯되었다. 당시 37분간의 소동으로 비행기의 출발이 늦어졌지만 기내에서는 사과 한마디의 방송도 없었다고 한다. 승객들의 권리와 안전은 뒷전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것은 기업 오너의 경영방식이 수직적인 지배와 종속의 비민주적인 방식과 기업은 내 것이라는 사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그야말로 상식과 원칙을 벗어난 위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 기착해서 형사적인 문제로 비화되어 기내에서의 폭력과 폭언으로 인해 조현아 전 부사장은 기소되어 구속되었다. 게다가 국토부 항공 안전 감독관은 대한항공에게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가기관과 기업의 권력 유착 비리까지 발생했다. 재벌 오너의 기업가 정신과 기업 경영 문화가 전근대적인 적폐임을 여실히 드러난 결과이다.

이에 비해 일제시대인 1926년 유한양행을 설립하여 식민치하에서 국민 대부분이 가난과 질병으로 고생하던 시대에 "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건강을 향상"시킴으로써 "건강한 민족을 만들어 나라를 찾고 나라를 지키며 나라를 번영케 하겠다"는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과 기업문화는 우리를 숙연케하며 오늘날에도 더욱 우리의 마음에 각인이 된다.

1971년 4월 유일한 박사가 세상을 떠난 지 보름 뒤 유언장이 공개되어 당시에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평생을 바쳐 모은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는 최초의 기업인이었다. 그는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고 기업은 사회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구"라는 기업철학의 소유자이었다.

그는 정경유착에 의한 경영과 특혜 경영을 거부하였다. 그리하여 한때는 정치자금 압박에 굴하지 않아 혹독한 세무감찰을 받았다. 당시 유한양행 세무 조사를 맡은 감찰팀장은 "20일간 세무조사를 했지만 무슨 한국에 이런 업체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털어도 먼지 한 톨 안 나오더라"고 털어놨다고 한다.

1969년에는 아들과 조카 그리고 가족을 경영진에서 배제시켜 족벌 경영과 2세 경영을 거부하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넘겼다. 유한양행은 "오너가 없으니 회사가 더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한때 받기도 했었지만 지난해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여 종업원 지주제인 오너 없는 회사의 신화를 남겼다.

지난 달 교수신문은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정본청원(正本淸源)을 선정했다. 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돈과 권력보다 진실과 정의가 살아 숨쉬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바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행복과 복지가 넘치는 국가를 을미년 새해에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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