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교육감의 교육철학 실험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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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교육감의 교육철학 실험 대상인가?
  • 김기만
  • 승인 2014.10.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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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 편집국장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습니다. 제발 좀 최소한 몇 년이라도 초·중·고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쳐 본 사람이 교육감에 당선됐으면 합니다.”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원들의 찬반 논란이 매우 첨예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9월1일부터 ‘9시 등교제’와 ‘상·벌점제 폐지’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의 A고등학교에서 30년 넘게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B교장이 필자에게 첫마디로 내뱉은 하소연이다.

그는 “교육 현실을 너무 몰라요. 소위 말하는 ‘정치 교육감’이 당선된 후 자신의 교육철학을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하는 형태의 위험천만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인권과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너무나도 교육현실을 모르는 절름발이 정책”이라며 ‘9시 등교제’와 ‘벌점제 폐지’ 제도 시행을 꼬집었다.

‘9시 등교제’는 이재정 교육감의 공약이 아니라 의정부여중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수행평가로(3학년 사회수업, 모둠 별 토론) 제안한 30여 가지 아이디어 가운데 교육감이 학생들의 수면권·건강권을 위해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이 ‘건강한 성장·활기찬 학습을 위한 9시 등교 추진계획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과 교육감 서한문을 산하 교육지원청을 통해 도내 전체 초중고교로 발송했다.

서한문에는 아침에 부모와 식사를 함께하면서 가족 간의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가정화목과 가정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도 곁들였다. 이재정 교육감이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기에 찬성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 이하 교총)는 “9시 등교가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맞벌이 가정 자녀들에게 대안으로 제시한 세이프존과 도서관 개방 등의 인프라 조성이 충분하지 않는 상태에서 학생들의 아침식사와 충분한 휴식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학생들이 원한다고 해서 기존의 생활패턴을 뒤흔드는 정책을 반강제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학교 교육의 근본취지에도 어긋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교총은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8일간 경기지역 교원 1411명을 대상으로 ‘9시 등교제’ 찬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17.1%에 반대 82.9%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특히 ‘9시 등교제’를 시행함에 있어 학교자율성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자율성이 보장됐다’ 14.2%, ‘사실상 강제’ 85.8%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9시 등교제’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이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정책을 바꿀 때는 수요자 입장에서 예측 가능해야 하며 안정적이어야 한다. 충분한 시간과 적응 기간을 두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천천히 시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그들의 소신과 철학에 따라 오랜 관습이 한순간에 바뀐다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 할 수 있으며, 부정적인 여론만 형성돼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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