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주 논설위원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시며, 그렇게 계속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하여 일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나라와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사 강론 중 일부다. 이 말씀에는 우회적으로 사회 안에서 민중의 연대와 공동선의 지향을 담고 있다. 그저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찾아 그들을 위로하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우리들이 그들에게 힘을 보태어주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아무 것도 해결된 것 없이 내팽겨쳐진, 이미 일상에 젖어 까맣게 잊고 있던 우리의 이웃들이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 주민, 쌍용 해고 노동자, 용산 참사 피해자,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 북 사목 수녀, 음성 꽃동네 장애우 등. 마지막 공식일정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초대된 이들은 앞서 말한 이들이다
교황이 4박5일 방한 기간 내내 대한민국의 '아픈 기억' 세월호의 상처를 보듬는 행보도 인상적이었다. 공식 일정과 미사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달았던 모습, 세월호 유족과 생존 학생 등을 면담하고, 세월호 유족 순례단이 900km를 걸으며 짊어졌던 6kg짜리 나무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한 것이라든지, 카퍼레이드 도중 차를 세우고 34일 동안 단식 중이던 고 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와 만났던 장면 등이다. 진심이 담긴 작지만 큰 행동은 아무리 작은 국민이라도 보듬고 가야 할 우리의 대통령과 대비된다.
가톨릭신자가 아니더라도 교황 4박5일은 분명히 대한민국을 위로한 시간이었다. 어떻게 우리는 가까이 있는 우리의 이웃들로 위로하고 또 위로 받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받을지도 모를 불이익만을 계산하며 더 큰 상처로 서로를 할퀴지는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교황의 평화와 화해는 과거의 모든 일을 덮는 것이 아니다. 밝혀져야 할 일은 명명백백 밝히고 용서를 구할 사람은 당사자에게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쳐 비로소 화해하고 평화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됐다"면서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국 사회에 당부한 교황 성하는 잊었다 외면하고 있는 당신이 깨어나 이웃의 손을 잡아주기를 촉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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