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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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 서기원
  • 승인 2014.08.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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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의정부 의료원 원목

최근에 세월호 사건 이후 두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하나는 세월호 사건에서 정부나 기타 책임을 맡은 관료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세월호 사건을 일반적인 교통사고나 자연 재해로 간주하며, 우연적인 사건으로 본다. 그래서 왜 대통령이나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렇게 한 사건을 두고 입장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 마디로 국가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이 역할에 대해서 선거할 때의 마음으로 되돌아 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대통령을 뽑을까? 선거할 때 사람들은 무슨 마음으로 뽑을까? 경제적으로 더 잘 사는 국가를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통령을 뽑을까? 아마도 이런 이유가 클 것이다. 그렇다면 물음이 생긴다. 대통령이 국민을 잘 살게 해준다는 것은 무엇인가?

수출을 많이 하고 외국 기업이 국내에 투자를 많이 하도록 유치하는데 있을까? 복지정책을 잘 펼쳐서 골고루 잘 살게 하는데 있을까? 과연 잘 살게 하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선거할 때의 이유 말고 국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국가의 성립 및 존재이유에 대한 가장 잘 알려진 서양 근대의 설명으로는 홉스와 로크, 루소 등 근대 정치철학자들의 설명들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연 상태 즉 서로가 서로에게 적대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다. 이 상태는 힘 있는 자의 선택이 곧 정의가 되는 상황이다. 자연 상태에 있는 개인들은 그래서 한 순간도 안심하게 살 수가 없다.

홉스에 따르면 개인들은 점차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의 ‘꾀’를 내어 어떤 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자유 및 권리의 일부를 양도하여 국가라는 리바이어던(괴물, 구약성서에 나오는 동물로 레비아탄 혹은 리워야단 이라고 불린다. 야훼 신에 의해 종속된 사탄과 같은 동물. 홉스는 이 동물이름으로 자신의 책 저서 제목을 만들었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홉스나 로크의 정치철학은 미국혁명과 프랑스 혁명의 기초가 되었고, 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근대국가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로크와 몽테스키외 등은 삼권분립에 의한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기초를 놓았고,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러한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받아 들여 운영해 오고 있다.

특히 로크는 국가에로의 이행 이유가 개인의 재산권을 지키고자 하는데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자신의 안위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번 돈의 일부를 국가에 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이렇게 개인과 약속을 하고,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고, 이 대표자가 행여 잘못 통치하거나 독주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부와 사법부를 평형의 권력으로 상정해 놓았다. 국가의 대표는 그래서 헌법을 준수하고 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며 다른 나라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가진다.

우리는 서양의 이러한 근대국가 이념을 받아들여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모습을 갖추어 새로운 ‘국가’에 들어섰다. 하지만 지금 한국이 서양의 국가 이념에 충실한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지 물어볼 시점에 와 있다.

근대시대에서 국가의 역할은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이나 외적의 침입으로 보호하는 역할로 제한되어 있었다. 여기에 벤덤은 국가의 역할은 단지 이것에 제한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벤덤 덕분에 우리나라 헌법 10조에도 행복 추구권이 있다.

근대 국가 이념에 따라 설립된 한국에서도 국가란 개인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념에 따라 선거일에 투표를 하는 것이다.

잘 사는 것 혹은 행복한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누가 뭐래도 편안하고 안정된 삶일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전쟁이나 사고의 위협 앞에서 살아간다고 한다면,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이런 의미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국가란 국민의 안정과 행복을 책임지는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이것을 위해 국민들은 대통령을 선출하고, 권리의 일부를 양도하는 것이다.

국가란 혼자서 할 수 없고, 약자라서 어찌 할 수 없는 일 때문에 ‘꾀’를 내어 만들어낸 시민들의 선택이다. 국가란 그래서 개인이 감히 혼자서는 해결할 수도 없고, 흉내 낼 수 없는 괴물(리바이어던) 같은 힘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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